[기자의 눈/이인철]사학법 공포도 안했는데…

  • 입력 2005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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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사립학교법에 대해 사학, 특히 종교계 사학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7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30일 공포될 예정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얼마 전 7대 종단 대표 초청 간담회에서 “시행령에서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며 이해를 구했지만 “사학의 목소리를 경청하기보다 요식행위로 마련한 자리”라는 비판이 틀린 것은 아닌 것 같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6일 오전 정부중앙청사 18층에 ‘사학법 시행 대책 상황실’을 설치한 뒤 곧바로 ‘사학법 시행령 개정위원회’를 발족하고 첫 회의를 여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각계의 의견을 듣는 일은 드문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비록 자문위원회라고 하지만 개정 사학법이 공포되기도 전에 시행령 개정위원회를 발족한 것을 두고 교육부가 ‘오버’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모법이 공포된 뒤에 시행령을 손대는 것이 순리 아니냐는 것이다.

사학단체들은 김 부총리가 “종교계의 건학 이념이 훼손되지 않도록 시행령에서 보완하겠다”고 말했을 때부터 “하위법으로 모법을 고치는 비법(非法)적 행위”라고 반박해 왔다.

교육부는 “일선 학교 현장의 혼란이 우려돼 개정위원회를 먼저 구성했다”며 불가피성을 주장하면서도 논란이 많은 사학법의 시행령 개정위원회부터 발족한 것에 군색해 하는 모습이다.

위원회 구성도 ‘반쪽’이어서 얼마나 공감대를 얻을지 미지수다. 당초 각계 대표 16명을 위촉할 계획이었지만 천주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사학법인연합회가 위원 추천을 거부해 12명만 위촉했다. 이들은 개정위원회 참여 자체가 사학법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불참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위원들의 면면도 개정 사학법에 찬성하거나 적극 반대하지 않는 인사가 대부분이다. 교육 관련 위원회에 단골로 참여하고 사학법 개정에 적극 찬성한 시민단체 대표들도 포함돼 있다.

여당이 강행 처리한 법안을 뒤처리하는 교육부의 답답한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테크노크라트(전문관료)일 뿐”이란 푸념이 더 자조적으로 들린다.

이인철 교육생활부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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