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제라르 뱅데]누가 자연을 난폭하게 만들었나

  • 입력 2005년 10월 29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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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잇따른 자연 재해로 지구의 기후가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특히 미국 남부를 덮친 일련의 허리케인은 지구가 겪고 있는 끔찍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 줬다.

가장 큰 문제는 지구 온난화다. 이 때문에 자연은 갈수록 난폭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온난화는 인류의 생산 활동과 화학연료의 사용에서 비롯됐다.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 변화의 책임이 인류에게 있다는 뜻이며 인류가 제 무덤을 파고 있다는 얘기다.

자연을 왜곡시키는 인류의 활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질학적인 면에서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는 온난화에 비해 덜 지적되지만 이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인류가 토목공사를 위해 파내는 토양과 암석의 양은 전 세계 하천이 자연적으로 쌓는 충적토의 양과 맞먹는다.

사물의 자연적인 리듬이 기후적 측면에서 보거나 지질학적 관점에서 볼 때 모두 뒤죽박죽되고 있는 것이다.

지구는 탄생 후부터 빙화(氷化)와 온난화 과정을 반복해 왔다. 온난화라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문제는 인류가 온난화의 과정을 변질시키고 가속시켰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인류에게 되돌아오는 피해는 점점 커지고 있으며 머지않은 미래에는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이 될 수도 있다. 기상 모델에 따르면 해수의 평균 온도가 섭씨 1도 상승하면 열대성 폭풍의 위력은 5% 커진다. 기상학자들은 금세기 말까지 해수의 온도가 섭씨 6도가량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빙하가 녹고 있는 사실도 눈여겨봐야 한다. 지난 30년 동안 북극과 남극의 빙하 10%가 사라졌다. 이 때문에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

해수면은 지구 온도가 섭씨 1도 오를 때마다 10cm 정도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금세기 말까지는 지구의 해수면이 적게는 20cm, 많게는 90cm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몰디브처럼 낮은 섬에 사는 주민들을 두렵게 하는 예측이다.

빙하가 녹으면서 생기는 또 다른 문제점은 바다의 염도가 낮아진다는 사실이다. 이 현상은 온난화와 더불어 해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염도의 변화로 겨울철에 유럽을 따뜻하게 해 주는 멕시코 난류가 사라진다면 프랑스 남부의 보르도 지역은 위도가 높은 캐나다 몬트리올이나 미국 뉴욕과 같은 기후를 보이게 될 것이다.

온난화는 이미 식물군과 동물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기 중 탄소 이산화물의 증가로 식물의 성장이 빨라졌다. 전나무는 150년 전에 비해 2.5배 빠른 속도로 자라고 있다. 이 때문에 파종과 추수의 사이클에도 변화가 생겼다. 프랑스에선 150년 전에 비해 포도 수확 시기가 3주 정도 앞당겨졌다.

식물이 더 빨리 자라게 되면 광합성 사이클에도 변화가 생기게 된다. 식물은 대기 중의 탄소 이산화물을 받아들여 일부는 성장을 위해 보존하고 나머지는 산소로 전환해 배출한다. 문제는 광합성에도 시간적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수명이 오래된 나무일수록 광합성 활동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후의 변화는 늘 진행돼 온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산업화 시대 이후 35%나 증가한 이산화탄소가 기후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배출량을 줄이는 게 시급하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교토의정서가 채택됐다. 그러나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에 책임을 묻는 효과는 있겠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인간의 생각과 습관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얼마나 많은 자연 재해가 일어나고, 얼마나 많은 동물과 식물이 사라져야 우리의 습관이 바뀔까.

제라르 뱅데 에뒤프랑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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