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영주]全人교육시대에 가정대 해체라니

  • 입력 2005년 9월 27일 0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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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가정학의 산실(産室)이요, 역사가 가장 긴 이화여대 생활환경대(가정대·1929년 설립)가 해체된다는 보도를 접하고, 가정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침통한 마음이다. 100년이라는 긴 역사와 전통을 가진 가정학을 해체한다는 발상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다.

가정학은 1902년 미국의 최초의 여성 화학자이며 식품영양학자인 엘렌 리처즈 여사가 주축이 되어 일상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학문을 설립함으로써 출발했다.

과학의 발달, 시대적 사회적 변화에 따라 가정생활의 양상이 급격히 변화됨에 따라 1960년대에 미국의 코넬대가 인간생태학대, 펜실베이니아대가 인간발달대, 퍼듀대와 아이오와대가 가족·소비자과학대 등으로 대학별 특성과 주력점에 따라 속속 명칭을 변경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어서 1960년대에는 연세대가 생활과학대로 이름을 바꾼 것을 시작으로 서울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등 속속 생활과학대 또는 생활환경대로 개명했다.

미국과 한국의 명칭 변경에서 다른 점은 무엇일까. 미국은 사회 변화에 따라 가정 내에서의 모든 생산활동이 사회로 이관되고, 가정의 기능은 어니스트 버제스가 지적한 대로 애정과 성, 자녀 양육, 소비기능으로 축소된 점에 초점을 맞추어 인간발달, 가족·소비자학 등으로 명칭을 바꿨다. 반면 한국의 경우 전통적 가정과를 그대로 확장 발전시켜 의식주 학과의 확대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가정학이 학문적으로 깊이와 폭을 발전시킨 점이 없지 않으며 학생들의 취업 또한 활성화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대를 해체한다고 한다. 오히려 가정학의 본질과 기능을 강화하여 인간발달 가족학 부분을 더욱 발전시켜야 할 것이 아닌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가정학자들의 결집된 합의의 목소리를 내야 하며 학교 당국자들에게 학문적 정체성을 올바로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가정의 본질은 인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 설파했다. 전인적 인간, 창의적 인간이 필요한 시대에 가정학의 소멸이 인간육성 기능의 위축으로 연결될까 우려된다.

유영주 대한가정학회 고문·경희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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