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동영/보라號 두교수의 희생 정부는 잊었나

  • 입력 2005년 8월 29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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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경기 고양시 덕양구 한국항공대에서는 1년 전 ‘보라호’ 시험 비행 중 한강변에 추락해 숨진 이 대학 은희봉, 황명신 교수의 1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높으신 분’들이 참석한 것도 아니고 정부 차원의 의전도 없었지만 유족들은 이날 추모식에서 감격스러워 했다. 두 교수가 미처 이루지 못한 꿈을 이어받은 동료 교수와 제자들이 추모식장을 가득 메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족들이 지난 1년 동안 겪었던 마음고생을 추모식 한번으로 떨쳐 내지는 못할 것이다.

두 교수는 1997년부터 과학기술부 산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항공기 개발 과정에서 시험 비행을 거의 도맡았다.

설계도면은 완벽하지만 실제 하늘을 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시험 비행기에 오르려는 조종사는 많지 않다. 두 교수는 직접 조종간을 잡고 보완점을 찾아내는 역할을 주저하지 않았다.

은 교수는 훨씬 높은 연봉을 받는 민항기 기장 직을 그만두고 후배들과 함께 ‘하늘에서 이룰 꿈’을 위해 모교로 돌아왔다.

낡은 학교 건물에서 묵묵히 일하던 두 교수가 비행기와 함께 추락한 뒤 유족들은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국책사업을 위해 희생됐으니 국립묘지에 안장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고 원인조차 1년이 지나도록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모교에 만들려던 추모 시설물도 아직 들어서지 않았다.

국민의 관심도 식어 버렸다.

유족들은 “가장을 잃은 슬픔과 충격이 컸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부와 우리 사회가 두 사람의 희생을 잊어 가는 것이 더욱 마음 아팠다”고 했다.

사고는 이제 ‘과거의 일’이 됐다. 지금 한창 과거사를 놓고 시끄러운 논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상생이나 통합과는 거리가 먼 느낌이다.

그러나 항공기 산업을 발전시키고 항공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려면 이들의 희생은 잊어버린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과거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두 교수의 1주기를 지켜보면서 과연 국가와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게 된다.

이동영 사회부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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