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양종구]K리그가 살아야 한국축구가 산다

  • 입력 2005년 8월 12일 03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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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7일 끝난 2005동아시아연맹축구대회 세 경기에서 날린 슈팅 수는 모두 51개였다. 그러나 겨우 한 골을 얻는 데 그쳐 최하위(2무 1패)로 추락했다.

‘한국축구의 위기’라는 말이 터져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2002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지켜본 팬들의 충격을 생각해 보라.

하지만 한국축구가 진정한 세계 4강이었을까.

전문가들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라는 ‘족집게 강사’가 1년 6개월 동안 축구대표팀을 집중 지도해 기적적으로 4강에 올랐지만 한국축구 수준이 진짜 4강은 아니었다”고 자평한다. 그들은 또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선수 탓을 하고 훈련시간을 더 달라고 불평할 만하다”는 말도 했다.

그만큼 선수들 자질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그 원인은 국내프로축구 K리그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해외로 직행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만약 K리그에 남았다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쳐다보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히딩크 감독도 “걸어다니는 경기(walking game)”라고 K리그를 비웃은 바 있다.

유럽은 100년이 넘는 프로축구 역사를 통해 선수 실력과 경기 수준을 세계 최고로 이끌었다. 어떤 감독이 와도 2∼3일만 발을 맞추면 감독의 눈에 쏙 들어갈 플레이를 해줄 선수들이 즐비하다.

축구대표팀이 부진하면 애정 어린 비판이 필요하다.

그러나 축구강국으로 갈 기본적인 시스템조차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대표팀만 탓한다면 초중고교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않은 학생에게 고난도의 대학 문제를 들이대고 윽박지르는 것과 같다.

‘한국축구에는 대표팀만 있다’는 얘기가 있다. 협회나 팬이나 대표팀 성적에만 일희일비할 뿐 초중고교 및 대학 축구, 심지어 K리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인색하다.

히딩크 감독 같은 유명 ‘과외선생’을 다시 불러 1년을 맡긴다면 대표팀은 또다시 달라질지 모른다. 하지만 국가대표팀에 우수 선수를 차출당한 K리그는 더욱 망가질 게 뻔하고 이런 악순환은 4년마다 반복될 것이다.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은 이제라도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행정을 탈피하고 멀리 봐야 한다. K리그를 기반으로 꾸준히 실력을 쌓아 나가야만 ‘감독 탓’만 하는 고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양종구 스포츠레저부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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