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편지]김재원/논술, 우수학생 선발 ‘만능잣대’ 아니다

  • 입력 2005년 7월 15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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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에서 논술고사의 비중을 높이려는 서울대 등 대학들과 이를 반대하는 정부와의 논쟁이 뜨겁다. 나는 서울지역 여고에서 교사 및 교장으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논술비중 강화에 반대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논술평가가 반드시 학생들의 사고력이나 고등 정신능력을 측정하는 잣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학생 중에는 표현력이 좋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같은 정도의 사고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표현은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 또 짧은 시간 내에 재치 있는 발상을 잘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표현과 발상을 잘한다고 해서 반드시 사고가 논리적이며 깊다고 하기는 힘들다. 둘째, 논술은 평가기준에 대한 합의 도출이 어렵고 평가자마다 개인적인 주관이 개입될 소지가 커 공정한 평가가 쉽지 않다. 셋째, 학생들에게 대학입시에서 논술고사를 실시하려면 적어도 고등학교에서 철학 등이 정규 과목에 포함돼 다양한 분야에 대해 깊이 있는 사고도 해보고 교육도 충분히 받은 후에라야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학교에서 교육받지 않은 내용을 가지고 평가를 하겠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과중한 짐을 지우는 일이다. 혹자는 프랑스에서 실시하고 있는 국립대의 입학 요건인 바칼로레아(Baccalaureat)라는 논술고사를 예를 들어 논술고사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랑스와 같은 나라는 학생들이 고등학교 3년이라는 기간 중에 철학 과목을 배우고 있다. 나라마다 문화적, 교육적 배경이 다르므로 우리가 굳이 프랑스의 입시제도를 모방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넷째, 입시 방향이 자주 바뀌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 모두에게 혼란과 부담을 가져다 준다. 제도는 가능하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좋다.

김 재 원 서울 동광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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