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차준호]유가족 두번 울린 海警의 거짓말

  • 입력 2005년 5월 23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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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해역에서 불과 20분 거리에 경비정이 있었다니…. 그 경비정만 제때 출동을 했더라도….”

7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제부도 보트 참사’와 관련해 해양경찰청이 22일 인천해양경찰서장 등 간부 5명을 늑장 출동의 책임을 물어 직위해제하자 유가족인 구자윤(36) 씨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며 참았던 분노를 터뜨렸다.

“늑장 출동해 무고한 생명을 숨지게 해 놓고도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을 늘어놓더니 이제 와서 관련자들을 문책하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사고 지점 가까운 곳에 경비정이 있었다니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힙니다.”

구 씨는 차디찬 바닷물 속에서 뼛속까지 한기를 느끼며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다 생을 마감한 가족들 생각에 끝내 울먹였다.

해경의 늑장 출동과 거짓 해명 사실이 밝혀지자 해경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해경이 거짓말로 희생자를 두 번 죽였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해경은 사고가 일어난 15일 이후 줄기차게 사고 당일 인근 해역에 경비함이 없어 신속 대응이 늦어졌다고 밝혀 왔다.

그러다 사고지점에서 불과 20분 거리인 인천해양경찰서 대부파출소에 S-37이란 소형 경비정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자 또다시 “그 배에는 항해장치가 없었고, 양식장이 많아 야간 항해 시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어 출동이 늦어졌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이 또한 엉터리 해명이었다.

생명이 경각에 달린 사람들을 앞에 두고도 해경은 자신들의 안전이 더 중요했을까.

해경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레저용 보트 전복 사고의 문제점을 토대로 해상사고에 대한 종합 안전대책을 마련해 해난 구조 체제를 갖추겠다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거짓말과 변명에 급급했던 해경을 쉽게 신뢰할 수 있을까.

사고 당시 구사일생으로 유일하게 구조된 구자희(30·여) 씨는 20일 가족 7명의 유골을 경기 안산시 시립납골당에 안치하면서 “밤새 추위와 싸우며 구조를 기다렸지만 불빛은 물론 경비정의 엔진 소리조차 들을 수 없었다”며 원망의 눈물을 흘렸다.

차준호 사회부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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