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중현]지금은 파이를 키울때인데…

  • 입력 2005년 1월 4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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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가 되면 대기업 총수나 경제단체장 등 재계 주요 인사들도 ‘신년사(新年辭)’를 내놓는다. 특히 올해 신년사에서는 “남 탓만 하지 말고 기업인 스스로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 경제를 살리자”는 대목이 많이 눈에 띄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작년 말 ”새해에는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점이 충분히 고려됐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신년사가 발표된 뒤 재계에서는 맥 빠진 반응이 적지 않았다. 신년사 가운데 “경제를 어렵게 하는 원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첨단산업과 전통산업, 정규직과 비(非)정규직, 수도권과 지방, 그리고 상하위 계층간 심화된 격차”라는 부분이 문제였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양극화(兩極化)를 경기 침체의 ‘결과’로 본다면 몰라도 ‘원인’으로 분석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이는 분배가 안돼 한국경제가 성장하지 못한다는 정부의 이전 논리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극화가 문제라는 데는 재계도 동의한다. 그러나 “전체 경제는 나쁘지 않지만 양극화가 경제를 어렵게 ‘보이게’ 한다”는 정부와 “일부 업종이 좋을 뿐이지 경제 전체는 보기보다 더 어렵다”는 재계의 인식 차이는 상당히 크다.

판단의 차이는 경제 회복의 방법론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쪽이 ‘파이’를 너무 많이 차지한 것이 문제라면 치우친 만큼 빼앗아 부족한 쪽에 몰아주는 것이 가장 쉬운 해법이다. 하지만 파이의 크기 자체가 작은 게 문제라면 파이를 어떻게 키우느냐가 관건이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상생(相生)과 연대, 양보와 타협의 실천”이라는 표현을 강조하기 위해 ‘양극화’라는 말을 꺼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재계는 대통령과 정부가 2년간 보여 준 ‘분배 중심의 언행(言行)’의 인상을 지우지 못했다.

경제 살리기에 ‘올인(다걸기)’하겠다는 대통령과 정부의 다짐이 진심이라고 믿고 싶다. 그렇다면 모든 경제주체가 ‘제로 섬 게임’을 끝내고 파이 키우기에 진력하는 ‘포지티브 섬 게임’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

박중현 경제부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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