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업 그곳에도 길이 있다]<2>IT분야 취업전략

  • 입력 2004년 11월 17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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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분야는 세계적으로 성장속도가 가장 빠른 산업이지만 많은 기업들이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은 한 차례 IT붐을 겪으며 우수인력들을 많이 배출해 한국인을 채용하려는 외국기업이 늘고 있다. 하지만 해외취업은 생각만큼 쉽지 않기 때문에 외국기업들이 원하는 직무경험과 외국어 실력을 갖춰야 한다.》

K씨(26·여)는 서울에 있는 대학의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후 1년 동안 취업준비를 하면서 수많은 지원서를 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그는 영양사가 되고 싶었지만 국내에서는 수요가 많지 않다고 판단해 전공을 포기하고 IT분야로 진로를 바꿨다. 1년 동안 한국무역협회에서 실시하는 IT교육과 함께 일본어 교육을 받고 올해 6월 일본의 시스템통합(SI) 및 솔루션 개발업체인 시스메이트(SYSMATE)에 입사했다.

“국내에서는 영양사 관련 취업이 불투명하지만 IT분야는 전망이 밝다는 생각에 전공을 바꿨습니다. 경제사정이 어려운 국내보다는 외국이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공신력 있는 기관을 활용

해외취업 알선 전문업체인 펠코리아는 올 여름부터 ‘해외취업 및 인턴십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세미나에 참석한 취업준비생들이 해외취업 성공전략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제공 스카우트

외국기업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기업이 원하는 능력과 경험을 갖춘 맞춤형 인재를 선호한다. 여기에는 외국인과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문화적 이해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따라서 해외취업을 지원하는 교육 및 취업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공신력 있는 해외취업기관은 산업인력공단(worldjob.or.kr)과 무역협회 부설 IT아카데미(www.tradecampus.com), 정보통신인력개발센터(itjapan.ihd.or.kr) 등이 있다. 이 기관에서는 인력수요가 많아지는 일본 내 취업활성화를 위해 JAVA 데이터베이스 네트워크 등 일본 기업에서 사용되는 전문기술 위주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 취업관련 기업에 관한 정보와 인력채용 정보까지 얻을 수 있어 취업확률이 높다.

K씨는 “전공도 다르고 일본어도 능숙하지 않았지만 1년 동안 체계적인 어학 및 IT 실력을 쌓아 일본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 취업시 받는 평균연봉은 300만∼350만엔(약 3000만∼3500만원)이며 이는 일본 대졸자의 평균 연봉 240만엔(약 2400만원)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평가 기준은 일본어 인성 실무능력

온라인 취업정보회사인 스카우트(www.scout.co.kr) 김현섭 대표는 “일본 기업들은 전공자의 경우 일본어 능력과 인성을 중요시하며 실력보다는 2년 이상 꾸준히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며 “특히 일본어 능력을 갖추고 현지인과 잘 융화할 수 있는지를 주요 평가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면접에서도 자신이 꾸준하게 일할 수 있는 사람임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비(非)전공자는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정보처리기사 정보처리산업기사 자격증을 반드시 따야 한다. 또 전문대 졸업생은 3년 이상 직장근무 경력이 있어야만 취업비자를 받을 수 있다.

개인이 직접 일본 취업을 준비한다면 지원기업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기업에 지원하면 인사담당자가 방문 또는 전화면접을 실시한다. 그 다음 일본으로 직접 건너가 최종면접을 하고 취업이 확정되면 수속절차를 밟게 된다.

일본 관련 취업사이트는 시사정보네트(www.job-net.jp), e워크저팬(www.job-oku.ne.jp), 인재뱅크네트(www.jinzai-bank.net) 등이 있다.

지원회사를 고를 때는 재무구조와 발전가능성, 개인의 성장가능성, 연봉, 보험, 숙소 등 근무조건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일본어에 능숙하다면 해당기업 인사팀에 직접 문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영어권 취업은 인맥과 헤드헌팅을 활용

얼마 전 L씨(34)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중국계 반도체 회사인 ISSI에 프로덕트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그는 미국 기업에서 먼저 일하고 있는 사람의 소개와 추천서를 받아 취업했다.

영어권 국가, 특히 미국은 공개채용보다는 인사관리(HR) 전문기업 또는 헤드헌팅 회사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

잡링크(www.joblink.co.kr)의 한현숙 대표는 “그동안 IT분야 미국 취업이 많지 않았던 것은 국내 IT인력의 실력이 떨어지기보다는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기업은 인력채용시 담당할 업무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한다. 따라서 이력서를 낼 때는 회사가 요구하는 능력이 무엇이고 자신이 그것을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이에 따라 적어도 6개월 이상의 철저한 준비기간을 거쳐야 한다.

취업전문가들은 미국 취업을 위해서는 인턴이나 계약직으로 먼저 들어가 실력을 쌓은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송준석씨 미국 취업기…“실력으로 뚫었죠”▼

2001년 미국에서 취업에 성공한 송준석(사진)씨는 지난해 7월 미국 헤드헌팅 전문업체 ‘글로벌 펠’의 한국지사인 펠코리아 총괄매니저가 돼 한국으로 왔다. 펠코리아는 해외 인턴이나 취업을 알선하는 인력개발 업체다. 해외취업의 성공사례인 송 매니저가 이제 후배들의 해외 취업을 돕는 것.

대학 입학 후 1996년 군에 입대한 그는 제대 후 미국대학 편입 준비를 했다. 인터넷을 찾고 각 대학 입학관리처에 e메일을 보내 가며 토플 등 필요한 준비를 했다. 송 매니저는 1998년 미국 남캘리포니아대에 편입했고, 이듬해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경영학과 3학년으로 다시 편입했다.

3학년을 마친 2000년 여름, 인턴이 되기 위해 실리콘밸리의 기업 30여곳에 원서를 내고 면접을 봤다.

그는 “처음 면접할 때는 이름 학교 취미 등 단순한 자기소개를 나열한 후 ‘무조건 열심히 하겠다’고 했는데 나중에는 회사를 분석하고 이 회사와 내가 왜 어울리는가를 부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회사들은 채용 공고에 상세히 업무 설명을 하기 때문에 그것이 왜 자신에게 맞는 일인지를 설득해야 한다는 것.

그는 한국 등 아시아인력 담당 인턴을 뽑는다고 공고한 헤드헌팅 업체 ‘컨설티어링’에 입사해 1년 만에 정사원이 됐고, 다시 1년 후 현재의 회사로 옮겼다. 내년 말경에는 한국 근무를 마치고 미국 본사로 돌아갈 예정.

송 매니저는 “그 나라의 대학으로 편입을 하는 것도 해외 취업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현지에서 취업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고 인턴 기회도 풍부하기 때문.

그러나 “미국대학 졸업장이나 적당히 받으면 한국에 돌아와 취업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어떤 회사든 직원 채용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기 때문에 그런 식의 ‘대충’은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언어는 물론이고 자신의 경쟁력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는 설명이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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