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업 그곳에도 길이 있다]<3>간호사 해외취업 전략

  • 입력 2004년 11월 24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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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는 한때 해외 취업의 대표 직종이었다. 간호사들은 1970년대에는 대규모 서독으로 건너갔고 1973년 이후는 미국으로의 취업도 활발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1973년 한 해만 간호사의 미국 취업 이민이 1244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1999∼2004년 현재까지 영어권 국가로의 간호사 취업은 미국 86명, 캐나다 18명, 영국 7명, 뉴질랜드와 아일랜드 각 1명 등 총 113명에 불과한 실정. 1977년 미국이민법이 개정되면서 간호사뿐 아니라 의사 약사 등 의료요원의 취업 이민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해외에서의 근무 여건=하지만 여전히 간호사들의 해외 취업에 대한 관심은 높다. 국내보다 임금 수준이 높고 복지 여건도 좋기 때문이다. 영주권을 따는 데도 유리하다.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간호사는 시간당 평균 22.48달러로 주당 899달러(약 94만원)의 임금을 받는다.

미국, 유럽은 간호사, 조무사, 의사 등의 역할 구분이 확실해 해당되는 업무만 맡으면 된다. 근무시간도 영국의 경우 법정 주당 노동시간 37.5시간과 매년 보장된 유급 휴가 7.5주가 있다. 1일 3교대 기준으로 보통 주 40시간 이상의 근무를 하는 국내보다는 매우 좋다고 할 수 있다.

간호사들의 해외취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 외국병원에서 면접을 보고 있는 한국 간호사.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 해외취업 세미나’를 전국 각 시도에서 이달부터 시작해 다음달까지 연다. 사진제공 대한간호협회

▽외국어 구사 능력은 필수=지난해 미국 취업에 성공한 간호사 이수진씨(25·여)는 “미국에서도 국내 간호사의 실력이나 성실성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러나 영어 실력과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취업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간호사 업무는 의사, 환자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생명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영어 실력이 떨어지면 해외 취업이 곤란하다는 것.

이씨는 미국 취업을 위해 1년 7개월 동안 준비했다. 미국에서 간호사로 취업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주 간호국(State Board of Nursing)이 인정한 3년제 혹은 4년제 대학 간호학과 졸업자로 RN(Registered Nurse) 면허소지자 또는 CGFNS(외국인 간호사의 자격시험 주관위원회) 시험을 통과해야 가능하다.

현재 미국 내 외국 간호사인 경우 캘리포니아, 뉴욕, 오하이오, 뉴멕시코, 오리건, 유타 주는 CGFNS 테스트에 상관없이 RN 자격증만 있으면 인증(endorsement)을 통해 근무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 밖의 주에서는 RN과 함께 CGFNS 인증을 함께 받아야만 한다.

국내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한 이씨는 국내 학원에서 NCLEX-RN 시험을 준비했다. NCLEX-RN은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을 가진 사람을 선별하기 위한 국가시험. 이씨는 캘리포니아 근무를 희망했기 때문에 굳이 CGFNS를 통과할 필요가 없었다.

1년여의 준비 끝에 RN 자격증을 취득한 이씨는 이후 6개월 동안 미국의 대학 부설 어학원에서 어학 연수를 받으며 영어 회화 능력을 키웠다.

보통 영어권 국가의 경우 해외 취업은 산업인력공단이나 민간 해외 취업 대행업체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개인이 직접 현지 병원을 선택해 인터뷰를 보는 경우도 있지만 국내와 다른 환경과 복잡한 절차 때문에 소개비가 들더라도 에이전시를 통하는 경우가 많다.

▽H-1B비자 발급 뒤 영주권 신청=이씨와 같은 해외 취업 간호사들은 대부분 단기취업비자인 H-1B를 받은 뒤 이를 통해 영주권 비자(E3)를 받는다.

H-1B는 대졸 이상의 고학력, 다년의 경력자에게 발급되는 것으로 병동 최고 관리자(Supervisor) 정도의 직급으로 일하게 되는 간호사에게 발급된다. 비자 유효기간은 3년. 최장 6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며 근무 도중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인터뷰가 중요=정의영씨(35·여)는 국내 간호대를 졸업한 뒤 서울의 A병원 중환자실에서 간호사 생활을 시작했다가 영국 취업에 성공한 사례.

영국은 간호사 면허 취득을 위한 시험이 없고 간호교육과 경력을 통해 면허를 부여한다. 정씨도 특별한 테스트 없이 국내 간호대 졸업과 경력, 영국에서의 일정 교육과정을 수료한 후 면허를 취득했다.

3, 4년제 간호대 졸업과 간호사 경력이 있어야만 영국 간호사협회 등록과 취업이 가능하다. 정씨는 병원 면접을 마친 뒤 영국 노동청의 노동허가와 취업비자를 받기까지 6개월 동안 영국 간호사 면허 취득을 위해 필수적인 실습(supervised practice) 과정을 마쳤다.

정씨는 “영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자격을 갖췄어도 영어 실력이 떨어지면 취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취업정보업체 스카우트(www.scout.co.kr) 김현섭 사장은 “간호사 해외 취업을 위해서는 각 국가에서 요구하는 자격증 취득과 원활한 현지어 구사 능력, 2년 정도의 임상 경력은 필수”라며 “1년 이상 자신감과 인내를 가지고 체계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뉴욕취업 유재은 간호사 “병원근무 틈틈이 영어회화 공부”▼

최근 미국 뉴욕의 베스이스라엘 병원에 취업하기로 확정된 유재은(劉哉殷·33·사진) 간호사는 “국내 간호사 생활이 바쁘겠지만 틈틈이 영어를 준비하는 게 해외 취업에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간호사의 경우가 그랬다. 그는 국내 모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으나 졸업 후 연세대 간호학과에 다시 입학했다. 간호사의 경우 해외 취업 문이 넓은 데다 미국 병원들은 간호사가 대학원에 진학할 경우 학비까지 제공한다는 사실을 접한 게 계기였다. 혼자 힘으로 대학 강단에 서는 꿈도 꾸게 됐다.

2000년 간호학과를 졸업한 그는 곧바로 모교 세브란스병원에 취업했다. 중환자실에 배치 받아 눈코 뜰 새 없는 생활이 이어졌지만 해외취업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우선 2002년에 미국의 간호사 자격증인 RN 시험에 합격했다. 쉬는 시간을 이용해 연세대 어학당도 꾸준히 다녔다. 이 결과 토플(TOEFL) 성적은 영주권 획득에 필요한 최소 점수를 거뜬히 넘겼다. 하지만 ‘말하는 능력’을 테스트하는 TSE시험은 좀처럼 극복하기 어려웠다.

유 간호사는 올해 2월 말 결단을 내리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학원에서 공부하는 한편 과외선생님을 3명이나 두고 집중적으로 영어를 파고들었다. 영어 시험도 미국 이민국이 TSE와 함께 인정하는 영국의 아이엘스(IELES)로 바꿔 공략했다. 마침내 그는 지난달 합격 통지서를 받아들었다.

유 간호사는 “해외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병원 내에서 의사소통이 안돼 좋지 않게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며 “해외 취업을 꿈꾼다면 굳이 어학연수를 가지 않더라도 자신의 상황에 맞게 틈틈이 준비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영어 실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병원의 폭도 그만큼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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