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업 그곳에도 길이 있다]<4>외국항공사 승무원

  • 입력 2004년 12월 1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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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취업을 노리는 여성들에게 어느 분야보다 각광을 받는 직업은 항공사 승무원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해 외국 항공사의 국내 승무원 공채는 한 달에 한 번씩 이뤄질 정도로 빈번해졌다. 외국 항공사들이 이처럼 한국인 항공승무원 선발에 적극적인 이유는 다른 나라에 비해 교육 수준이 높고 외모가 뛰어난 점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외국 항공사들은 국내 항공사에 비해 신체 기준을 상대적으로 덜 따지는 만큼 키 때문에 승무원의 꿈을 접었던 여성이라면 용기를 내 도전해 볼 만하다.》

“신체 조건이 맞지 않아 국내 항공사 취업이 불가능했는데, 외국 항공사에 취업해 스튜어디스의 꿈을 이뤘어요. 나중에 국내 항공사로 옮길 수 있는 길도 열렸고요.”

최근 카타르항공에 취업한 C씨(25·여).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어릴 때부터 스튜어디스가 되는 꿈을 꾸며 영어공부에 전념했다. 나름대로 외모 가꾸기와 체력단련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 보통 국내 항공사의 승무원 채용기준은 키가 162cm 이상인데 C씨는 1cm가 모자란 161cm였던 것. 그는 1cm의 키를 키우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지만 지난해 국내 항공승무원 공채에서 기준 미달로 탈락됐다.

한 외국 항공사 승무원 입사 지원자들이 그룹토의를 하고 있다. 외국 항공사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영어 인터뷰를 준비하되 회사마다 다른 채용 성향을 철저히 파악해 대비해야 한다. 사진제공 스카우트

항공승무원의 꿈을 접을 수 없었던 C씨는 결국 외국 항공사 취업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취업정보 전문 업체인 스카우트(www.scout.co.kr)의 김현섭 사장은 “외국 항공사는 외모나 나이보다는 성격과 인성, 체력, 업무 능력 등을 중시한다”며 “업체마다 선발 기준이 조금씩 다른 만큼 미리 희망 업체를 선택하고 요구하는 기준에 맞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158cm 이상이면 된다=국내 항공사와 달리 외국 항공사는 보통 158cm에 48kg 정도의 체격이면 지원할 수 있다. 또 1분에 윗몸일으키기를 30회 이상 할 수 있는 체력과 교정시력이 1.0, 나안시력 0.1 이상이면 신체조건은 일단 합격이다.

학력은 국내 항공사는 보통 4년제 대졸 이상이나 외국 항공사는 전문대 졸업자도 지원할 수 있다.

영어는 점수를 정해 놓는 경우는 없지만 대체로 토익(TOEIC) 750점 이상은 돼야 한다.

일례로 중국 둥팡(東方)항공은 전문대 졸업, 신장 162cm, 나안시력 0.2, 토익 700점 이상만 되면 지원이 가능하다. 아랍에미리트항공의 채용기준은 전문대 졸업, 신장 157.5cm, 교정시력 1.0 이상이며 영어회화 및 작문 가능자다.

▽면접이 취업 성패 좌우=외국 항공사는 승무원 채용 때 예쁜 얼굴보다는 편안한 인상과 호감을 줄 수 있는 스타일을 선호한다. 단, 피부와 얼굴의 좌우 대칭은 따지는 편이다.

외모에 대한 판단 기준은 항공사마다 다소 다르다. 업계에 따르면 카타르항공은 튼튼하고 건강한 이미지를 선호한다. 중국 둥팡항공은 상대적으로 얼굴을 중시한다.

하지만 대체로 비영어권 항공사는 영어나 외모, 나이 등에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이보다는 자세, 예의, 조직적응력, 커뮤니케이션 기술, 리더십 등을 많이 따진다.

외국 항공사들이 그룹토의, 게임, 개별 인터뷰 등 면접을 크게 중요시하고 있는 것도 지원자의 팀워크와 상대방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 인상, 표정, 말씨, 적응력, 성격 등을 꼼꼼히 살피기 위해서다.

실제로 중소기업에서 홍보업무를 하던 K씨(28·여)는 올해 초 6개월가량 준비한 끝에 홍보분야에서 다진 인간관계 구축 기술과 리더십 등 자신만의 장점을 적극 호소해 아랍에미리트항공 승무원 취업에 성공했다.

면접 때는 성실하고 명확한 답변을 하는 게 중요하다. 중간에 실수를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아울러 외국 항공사 면접 영어는 일반 영어와 달리 어투 등 언어 예절을 중시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취업정보는 어디서 얻나=외국 항공사는 주로 10명 안팎의 승무원을 수시 채용하고 있다. 특히 중동지역 항공사는 대부분의 승무원을 외국 인력에 의존하고 있어 기회가 많다.

아시아 지역 항공사들은 한국인이 자주 다니는 휴양지를 중심으로 필요에 따라 채용한다. 미국, 유럽지역 항공사는 한국 노선이 있을 경우에 한해 통역요원을 선발한다.

국내에서 승무원을 채용하고 있는 주요 외국 항공사는 중국 둥팡,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싱가포르, 캐세이퍼시픽, 말레이시아, 필리핀, 타이항공 등이다.

취업정보는 한국산업인력공단 내 해외취업사이트(www.worldjob.or.kr)에서 얻을 수 있다. 또 외국 항공사 채용 대행을 전문으로 하는 민간업체인 ANC스튜어디스 전문학원, AVA 등이나 외국항공사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임영아씨“예상질문 만들어 연습 또 연습했죠”▼

“심층면접에 대비해 수백개의 예상 질문을 만들어 연습, 또 연습했습니다.”

최근 아랍에미리트항공에 입사한 임영아(林鈴雅·24·사진)씨는 “외국 항공사에서는 면접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며 “탄탄한 외국어 실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대 중국학과를 졸업한 임씨는 지난해 반년 동안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한 호텔에서 인턴사원으로 근무했다.

영어 실력도 쌓고 새로운 직업 경험도 해 보고 싶었기 때문. 임씨는 “머틀비치 리조트의 한 호텔 식당에서 근무했는데 동양인 직원은 혼자뿐이었다”며 “낯선 곳에서의 서비스업 근무가 승무원 시험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임씨가 외국 항공사에 취업을 하게 된 데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해외취업연수생’ 교육 덕이 컸다. 교육비가 무상인 데다 취업률이 높아 경쟁이 치열하다. 올 상반기에도 교육생 60명 모집에 2000명 넘게 지원했다. 공단이 승무원교육학원에 의뢰해 하루 4시간씩 3개월 동안 교육을 받았다.

임씨는 “외국 항공사는 국내에 비해 외모는 신경을 덜 쓰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또 마른 체형을 선호하는 국내 항공사에 비해 조금은 통통한 체형을 선호한다고.

아랍에미리트항공은 토익점수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영어 의사소통 능력은 필수. 4차 이상의 서바이벌 면접에서 영어 실력이 부족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 최종 면접에는 면접관 2명이 수험생을 상대로 2 대 1 심층면접을 40분 이상 실시한다.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게 무엇인가”, “낯선 사람을 기쁘게 해 줬던 경험이 있는가” 등의 질문을 하고 대답에 따라 꼬리를 물고 질문을 한다.

그는 내년 2월 아랍에미리트항공 본사가 있는 아랍에미리트로 출국할 예정. 임씨는 “가족과 떨어져 낯선 나라에서 생활하는 것이 조금 두렵기도 하지만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리라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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