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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1월 10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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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마음에 드는 기업에 취업한다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더군요. 그래서 외국의 다양한 문화도 접하고 경험을 쌓고자 해외취업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일본 오사카에 있는 미쓰비시전기에 지원해 최종면접을 앞두고 있는 양창근씨(28). 지방대 졸업생이 갖는 불리한 점을 알고 있는 그는 대학시절 1년 동안 일본에서 머물렀던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기업에 지원했다.
양씨는 “일본은 실력과 능력만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실력만 갖춘다면 취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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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취업은 생각만큼 기회가 많지 않고 쉬운 일도 아니다. 국내에서 취업 못한 사람이 해외에서 취업한다는 것은 어렵지만 분명히 기회는 있다. 일찌감치 좀 더 큰 세상으로 눈을 돌려 착실히 준비한다면 해외취업은 국내의 답답한 취업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온라인 취업정보업체인 스카우트(www.scout.co,kr)의 도움으로 해외취업 성공 사례를 알아본다.
▽일본 IT기업 진출 활발=‘잃어버린 10년’의 장기불황에서 벗어난 일본은 최근 정보기술(IT) 산업의 발전 속도가 빨라 관련 인력 수요도 많아졌다. 특히 한국은 한차례 IT붐을 경험하며 기술력이 높아져 일본 기업들이 선호한다.
백장호씨(26)는 최근 일본 IT기업인 ISF넷에 입사했다. 그는 일본어 실력이 모자라 하루의 절반은 일본어 공부에 매달렸다. 일본 기업이 원하는 실력을 쌓기 위해 한국무역협회에서 실시하는 오라클 & 자바(JAVA) 프로그래머 교육도 받았다.
백씨는 선배나 일본 취업을 준비하는 동료들에게서 일본 내 IT 관련 업체 현황이나 취업 경험담을 들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해외취업 준비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점은 취업정보를 얻기가 어렵다는 것. 어떤 회사가 좋고 외국인 채용 경험은 있는지, 기업문화는 어떤지, 선호하는 인재상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백씨가 일본 취업에 성공한 것은 기업이 원하는 기술과 자격증을 갖췄다는 점. 정보처리기사와 같은 기본적인 자격증과 함께 SCJP(선의 자바 관련 자격증), OCP(오라클 DB 관련 자격증) 등 3, 4개 자격증을 취득해 지원요건을 충족했다.
그는 “일본 기업은 팀플레이를 할 수 있고 원활한 업무 진행이 가능한 의사소통 능력을 가진 사람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항공사 승무원 수요 급증=해외취업에서 어느 분야보다 수요가 많아진 것이 항공사 승무원이다. 올해 외국항공사의 한국 승무원 공채가 한 달에 한 번 이뤄질 정도로 빈번해졌다. 이는 승무원 취업을 희망하는 한국 여성들이 교육 수준과 외모 등에서 다른 나라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
L씨(26·여)는 올해 초 카타르항공 공채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 성공했다. 일반적으로 국내 항공사 여승무원은 키가 최소 160cm는 돼야 하지만 L씨는 이보다 작은 157cm이고 영어와 이미지 면에서도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당당히 카타르항공에 취업할 수 있었던 것은 항공사가 원하는 스타일과 잘 맞았기 때문이다.
비(非)영어권 외국항공사는 영어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자세 예의 조직적응능력 의사소통능력 리더십 등을 중시한다. 취업 때 나이를 제한하지 않는 항공사도 있지만 어떤 항공사는 승무원 채용시 외모를 많이 따진다.
L씨는 영어 실력이 부족했지만 기죽지 않고 업무에 필요한 비즈니스 영어 실력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그는 “면접 때 동료들을 리드하며 말을 앞세우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 주는 등 회사가 원하는 사람임을 강조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해외취업은 정보력 싸움=국내 의류회사에서 해외무역 업무를 담당하던 K씨(35)는 수시로 외국의 구인구직 인터넷 사이트를 조사했다. 무역에서 외국 기업과의 거래는 필수이기 때문에 좀 더 큰 영역에서 일해 보고 싶은 생각에서다.
K씨는 먼저 미국 의류 관련 업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D사에 지원했다.
결과는 낙방.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한번 떨어진 경험을 바탕으로 D사에 다시 지원하기 위해 회사가 요구하는 외국어 및 업무능력, 업무성과 등을 염두에 두고 자격조건을 맞추도록 성실하게 준비했다. 10개월 만에 K씨는 다시 지원서를 냈고 그동안의 변화된 모습과 업무 성과, 회사와 일에 대한 열정을 인정받아 이직에 성공했다.
그는 관련 업무를 수행하면서 ‘엑설런트(Excellent)’라는 표현이 담긴 직장 상사의 칭찬 e메일 등 업무성적이 좋았음을 증명할 수 있는 기록을 모아서 제출했다.
김현섭 스카우트 사장은 “외국 기업 취업을 위해서는 그만큼 특정 분야에서 우수한 강점을 가졌다는 점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이명하씨 일본취업기 “인도서 IT연수 국내서 日語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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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하씨(26·사진)는 최근 일본의 시스템통합업체 ‘코스모’에 취업이 확정됐다. 내년 1월초 일본에 가서 근무를 시작한다. 이씨는 일본에 거주한 적도 없고 일본어는 2001년까지 한마디도 못했다.
“제대 후 광고회사 전산실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아무래도 국내에서는 학벌 장벽을 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명문대가 아니니 탄탄한 실력으로 승부해야 할 테고, 그러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우선 경력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이씨가 생각하는 해외 취업의 관건은 ‘언어’다.
영어를 배우는 것이 급선무인 것 같아 회화와 토익 학원을 다녔다. 마침 학교에서 인도의 정보기술(IT) 교육기관인 앱텍(Aptec)에 가서 1년간 공부하는 연수생을 모집했다. 앱텍은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IT교육기관. 인도에서 직접 강사가 와서 영어로 면접을 했다.
연수 과정에 선발된 이씨는 2002년 1년간 인도에서 교육을 받았다. 영어와 IT실력을 모두 키울 수 있는 기회였다.
“도중에 3개월은 인도의 IT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했어요. 웹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인데 고객사가 주로 미국의 유명한 대기업이에요.”
그는 “인도에서 취업해 경력을 쌓은 후 미국 회사로 진출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저도 처음에는 영어권 회사들을 알아봤어요. 그런데 대부분 영어권 대학 졸업자만 지원할 수 있더군요.”
이씨는 일본으로 눈을 돌려 6개월간 일본어 학원을 다녔다. 올해 2월 졸업한 후에는 무역협회에서 운영하는 교육과정에 등록했다. IT실무와 일본어를 이곳에서 모두 배운다.
“무역협회에서 일본 IT업체들의 취업정보를 제공해 줘요. 몇몇 일본 업체에 원서를 냈더니 인사담당자들이 한국에 와서 면접을 했어요. 물론 일본어로요.”
그는 “여러 군데 합격해서 갈 곳을 고르느라 고민했다”며 “연봉 조건 등도 맘에 든다”고 귀띔했다.
“일본에서 최소 5년은 일하면서 야간 과정으로 공대 대학원에 다니고 싶어요. 경력과 학력, 언어를 모두 다지게 되면 어디서든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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