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승엽! Again 2003 @ Japan

  • 입력 2003년 12월 11일 10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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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아시아 신기록인 56호 홈런을 쏘아올린 이승엽. 이제 일본에서의 ‘대박’을 기대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올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아시아 신기록인 56호 홈런을 쏘아올린 이승엽. 이제 일본에서의 ‘대박’을 기대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롯데 지바 마린스 유니폼을 입게 된 이승엽(27)은 과연 몇 개의 홈런을 날릴 수 있을까.

롯데행이 결정된 지금 팬들의 관심은 이승엽이 일본 프로야구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특히 타율보다는 홈런 수가 초점.

만약 이승엽이 일본에서도 40개 이상 홈런을 날린다면 그를 ‘평가절하’했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다른 시각을 갖게 될 게 분명하다. 이승엽이 일본행을 결정한 것도 바로 메이저리그로 입성할 수 있는 ‘디딤돌’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의 성적을 가늠할 수 있는 비교잣대는 지난해까지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에서 뛰었던 타이론 우즈(34). 98년부터 한국프로야구에서 뛰었던 우즈는 5년간 한국에서 174홈런을 날린 뒤 올해 일본 프로야구 요코하마 베이스타스로 진출해 타율 0.273에 87타점을 거뒀고, 40개의 홈런으로 센트럴리그 공동 홈런왕에 올랐다.

98년과 2000년 두 차례나 홈런부문에서 이승엽을 눌렀던 우즈는 5년간 시즌평균 34.8개의 홈런을 기록해 9년간 324홈런으로 시즌평균 36개의 홈런을 터뜨린 이승엽과 흡사한 홈런 페이스를 보였다.

물론 우즈는 구장규모가 국내 최대인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했고 이승엽은 좌우 95m로 거리가 짧은 대구구장을 홈으로 썼다는 점에서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어렵지만 간접비교는 가능하다.

그렇다고 해도 이승엽이 한국에서처럼 40개, 50개의 홈런을 펑펑 쳐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 일본 투수들의 수준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는 선동렬 삼성 라이온즈 코치는 “홈런 30개면 성공, 40개면 대박”이라고 말하고 있다.

게다가 롯데의 홈구장인 지바 마린스타디움은 좌우펜스까지의 거리가 99.5m, 가운데 펜스까지의 거리는 122m, 펜스 높이 4.4m로 메이저리그급 구장 규모를 자랑한다. 구장이 해안에 위치해 바람이 심한 것도 홈런을 생산해 내는 데 마이너스 요인이다.

문화적인 환경의 차이도 극복해야 한다. 일본에 진출했던 한국 선수들은 모두 팀 내에서 은근한 차별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현대 유니콘스 정민태의 말처럼 “한국야구의 자존심을 위해 일본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거두길 바랄 뿐”이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롯데 마린스…50년 창단-일본시리즈 2차례 우승

롯데 엠블럼

지바 롯데 마린스는 일본 프로야구가 센트럴과 퍼시픽 양리그로 분리된 1950년에 창단됐다.

일본 프로야구 출범 14년째에 등장한 롯데의 첫 공식 명칭은 마이니치 오리온스, 이후 다이마이 오리온스(58년), 도쿄 오리온스(64년)를 거쳐 69년 일본의 롯데그룹이 인수하면서 롯데 오리온스가 됐다. 92년 연고지를 도쿄 인근 지바현으로 옮기면서 현재의 팀명인 지바 롯데 마린스로 바뀌었다.

롯데의 본거지인 지바현은 도쿄의 위성도시로 도쿄만에 접한 항구도시. 팀의 명칭도 ‘해양’을 의미하는 ‘마린스(Marines)’다. 팀 마스코트는 갈매기.

퍼시픽리그 4차례 우승(50, 60, 70, 74년), 일본시리즈 2차례 우승(50, 74년)의 역사. 하지만 지바현으로 연고지를 옮긴 92년 리그 꼴찌를 한 뒤 올해까지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95년 리그 2위가 최고 성적. 올 시즌은 68승69패3무로 퍼시픽리그 6개 팀 중 4위를 기록했다.

이랬던 롯데가 우승을 목표로 대대적인 팀 개편에 나섰다.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에서 뛰던 하와이 출신 타자 아그바야니를 데려 왔고 지난해 메츠에 입단했던 우완 고미야마 사토르를 복귀시켰다. 뉴욕 메츠, 콜로라도 로키스, 몬트리올 엑스포스에서 뛰었던 요시이 마사토(오릭스)의 영입도 타진 중이다.

한국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차남 신동빈씨가 구단주 대행을 맡고 있는 롯데는 한국계 선수들과도 인연이 깊다. 일본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개인통산 3000안타를 돌파한 장훈을 비롯해 아리토(한국명 김유세), 가네다(한국명 김말홍) 등이 이 팀에서 뛰었다.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知日派들의 조언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승엽의 성공여부에 대해 ‘지일파’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워낙 자질이 뛰어난 타자라 일본 무대에서도 통할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낯선 환경에 대한 빠른 적응이 관건이라는 의견. 일본에서 뛰었던 선수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이종범(기아 타이거즈)=주위에서 아무리 말해봐야 소용없다. 자신이 직접 뛰어 보고 피부로 느껴야 한다. 일본 투수들은 좋은 공을 잘 안 주니까 유인구에 속지 않아야 한다. 경기 외적으론 정신적인 압박감을 잘 이겨내야 한다. 잘 할 때는 상관없는데 못 할 때 그 부담감은 말로 못한다. 나 같은 경우는 머리카락이 빠질 정도(원형탈모증)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정민태(현대 유니콘스)=승엽이가 가는 팀이 퍼시픽리그에 속해 조금 유리하다. 센트럴리그보다 퍼시픽리그 투수들이 다소 약한 편이다. 승엽이 정도라면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다. 다만 이 점은 지적하고 싶다. 10년 넘게 쌓아온 본인의 야구관과 스타일은 지켜야 한다. 일본 코칭스태프가 하라는 대로 하면 오히려 혼란스럽고 적응하기 힘들 것이다.

▽선동렬 코치(삼성 라이온즈)=이승엽은 워낙 뛰어난 타자이기에 일본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본 야구가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 투수들은 제구력이 좋다. 또 철저한 전력분석으로 상대 타자의 약점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자신감은 좋지만 자만해서는 안 될 이유다.

■역대 일본 프로야구 진출 한국선수 계약조건

선수(팀)입단연도계약금연봉
선동렬(주니치)961억엔1억5000만엔
조성민(요미우리)971억5000만엔1억2000만엔
이종범(주니치)988000만엔8000만엔
이상훈(주니치)988000만엔8000만엔
정민철(요미우리)20001억5000만엔1억5000만엔
구대성(오릭스)20011억엔1억엔
정민태(요미우리)20011억5000만엔1억엔
이승엽(롯데)20041억엔2억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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