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책벌레 이야기' 펴낸 목수 김진송씨

입력 2003-12-05 17:25수정 2009-10-10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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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적 없나요/길을 가다가 나랑 똑같이 생긴 벌레를 만난 적 없나요/아직 만나지 못했다면/언젠간 틀림없이 만나게 될 거예요….’(‘똑같다’ 중)

목수 김진송씨(44·사진)가 새 책 ‘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현문서가)를 최근 펴냈다.

날아가다가 한눈을 팔아 사각형 하늘에 갇힌 새, 눈도 코도 귀도 없지만 이빨은 있는 달걀귀신, 새가 된 삽, 나를 닮은 벌레…. 저자의 상상 속에서 튀어나온 피조물들을 나무로 깎아 그 사진을 싣고, 상상 그 자체를 글로 적었기 때문에 ‘깎고 쓴’ 책이다.

첫 책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1999년)에서 ‘일제 무단통치시기’로만 규정되던 1930년대를 일상영역에서 현대화가 진행된 시기로 재발견했던 그가 이번에는 왜 상상의 세계로 진입한 것일까.

'비를 좋아하는 아이'

“‘모더니티의 폭력성’이라는 것이 있죠. ‘정상, 이성, 계몽’ 등 현대성의 틀 바깥의 것들은 아예 도외시하는 것 말입니다. 그런 틀 안에서는 상상이 깃들 곳이 없죠. 저 자신 말도 안 되고 허무맹랑하고 주접스러운 상상력을 발휘해 본 적이 없었어요.”

저자는 모더니티의 틀 바깥으로 나가 모더니티를 보기로 작정했다. 상상을 글로 쓰기 전에 나무로 깎은 것부터가 현대적인 이야기쓰기의 틀을 벗어난 것이다.

저자의 공상 속에서 튀어나온 손톱 만한 벌레, ‘고슴도치’는 무언가를 먹으면 몸이 줄어들고 먹지 않으면 진짜 고슴도치만큼 커진다. 작가의 등에 붙어살던 고슴도치의 의미는 무엇일까. 먹으면 몸이 줄어들고 먹지 않으면 커진다는 의미는? 독자는 이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뜻을 애써 찾아내려 하지만 정작 이야기를 꾸며낸 저자의 대답은 단호하다.

“어떤 교훈도, 숨은 뜻도 없습니다. 책을 쓰며 추구했던 유일한 목표가 ‘의미 없을 것’이었으니까요.”

사물과 사건 속에 뒤섞여 있는 다층적 의미를 하나의 시선이 아니라 저마다 다르게 바라보는 것, 그것이 그가 독자들에게 바라는 ‘감상법’이다. 저자가 나무로 깎은 상상의 피조물들은 인터넷(www.namustory.com)과 내년 2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 전’에서 볼 수 있다.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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