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한국의 교양을 읽는다'…논리전개 엿보기

  • 입력 2003년 12월 5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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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교양을 읽는다 /김용석 이재민 표정훈 엮음/419쪽 1만3000원 휴머니스트

“질문과 대답은 교양을 쌓아가는 방법이다.”

엮은이들을 대표해 김용석 교수(영산대·철학)가 하는 말이다. 책의 체제는 바로 이 묻고 답하기로 짜여져 있다. 43개의 질문이 던져졌고, 43명의 연구자와 전문 관계자들이 이에 답했다.

먼저 주목할 부분은 ‘어떤 것들이 질문으로 던져졌는가’이다.

‘탁상공론처럼 보이는 이론의 가치는 무엇인가’ ‘이 세상은 실재하는 것인가’와 같은 철학의 근본문제가 있는가 하면 ‘정당한 전쟁은 가능한가’ ‘학벌 없는 사회가 바람직한가’ ‘재벌은 자유시장 경제체제와 양립이 가능한가’처럼 한국사회의 현안들을 건드리는 것도 있다. ‘인간의 행동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가’ ‘생명복제 기술은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처럼 과학의 성과와 그 결과가 빚어낼 파장을 염려하는 현대인의 고민도 놓치지 않았다.

질문은 짧지만 답은 길다. ‘한 줄짜리 질문에 열 줄로 답하고 더 나아가 열 쪽으로 답하면서 무한히 자신의 앎을 키워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양인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답을 읽으며 중요하게 보아야 할 것은 필자들이 보이지 않는 토론자인 독자들을 설득해가는 논지 전개방식이다.

‘인문학의 위기를 왜 걱정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이진우 교수(계명대·철학)의 글을 보자. 이 교수는 먼저 자연과학과 공학의 흥성으로 인문학이 쇠퇴한다는 일반적 가정과는 달리 ‘실험적 자연과학이 먼저 팽창하고 난 다음에 비로소 정신과학이 생겨났다’는 역사적 사례를 든다. 새롭게 태동한 자연과학의 방법론적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은 1637년에 출간된 반면 변화된 환경에서 정신과학의 기초를 세우고자 한 나폴리의 역사가 비코의 ‘신학문의 원리’는 1725년에 저술됐다. 이 교수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실험적 자연과학은 도전(challenge)이고 인간다움을 이야기하는 인문학은 응답(response)이므로, 자연과학은 인문학의 사망 원인이기보다는 탄생 원인”이라는 주장을 제기한다. 구체적인 사례와 논리적 전개를 통해, 이처럼 벌어지는 현상을 해석하고 해결해 나가는 방식도 달라지는 것이다.

이 책은 휴머니스트에서 내놓은 프랑스 바칼로레아(대학입학 자격시험) 논술고사의 질문과 답을 엮은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올 2월 출간)의 후속 기획. 논술고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논제가 될 수 있는 주제를, 일반인들에게는 매일 언론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각종 정보를 얻을 때 어떻게 자기 생각의 중심을 잡아야 할지 사유의 토대를 각각 제공해준다.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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