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홈]자금조달 여건 악화… 대출 낀 아파트 노려라

  • 입력 2003년 11월 24일 1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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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을 받기가 꽤 까다로워졌다. 자금줄을 죄어 투기를 막아보려는 ‘10·29대책’에 발맞춰 은행과 보험사들이 대출한도를 낮추었다. 그 결과 대출을 끼고 인기 지역 아파트를 사기가 어려워졌다. 전반적인 대출금리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또 이런 저런 명목으로 가산금리를 물리고 있다. 담보인정비율(LTV·주택의 감정가격 대비 대출금액 비율)이 낮아짐에 따라 기존 대출 고객은 자칫 만기 연장분에 대해 금리를 더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자금조달 여건이 어려워진 만큼 자금여력이 적은 주택 수요자의 경우 무리하게 내 집 마련에 나설 필요는 없어 보인다. 불가피하게 아파트를 구입해야 할 처지라면 대출을 이미 받아 놓은 아파트를 골라 매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출 한도 축소=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각 은행과 보험사는 11월부터 만기가 10년 이하인 투기지역 주택담보대출의 LTV를 종전 50∼60%에서 40%로 낮추었다.

이에 따라 투기지역에서 전세를 끼고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들이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감정가격이 5억원인 방 3개짜리 서울 강남권 아파트를 전세(보증금 2억원)를 끼고 사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대출가액은 감정가격에 LTV를 곱한 뒤 선순위채권 금액을 빼서 구하는데, 이 경우 대출가액은 5억원×40%―2억원=0원이다. 은행 빚을 아예 낼 수가 없다. 10월만 해도 5년 만기로 1억원을 빌릴 수 있었다. 이 아파트를 실제 거주 목적으로 산다면 방 수에 1600만원을 곱한 소액임차보증금을 빼줘야 하므로, 5억원×40%―(3×1600만원)=1억5200만원밖에 못 빌린다.

대부분 은행은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등 지역 구분에 따라 같은 유형의 아파트에 대해 똑같은 LTV를 적용한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주택 실거래 가격이 전세금의 2.5배를 넘는 ‘시세 급등 아파트’에 한해 △투기지역 내 10년 이상 대출과 △투기과열지구 내 아파트 담보대출에 대해 LTV를 10%포인트씩 깎아 적용한다.

변경된 LTV는 신규 고객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예컨대 3년 전에 집값의 90%를 대출 받은 고객은 이번에 만기를 연장할 때 LTV 90%를 그대로 적용받아 기존 대출금 가운데 일부를 반납할 필요가 없다. 다만 농협과 신한은행은 한도 초과분에 대해 금리를 각각 0.5%포인트와 0.1∼0.3%포인트를 더 물린다.

▽대출 금리 오름세= 11월 들어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양도성예금(CD) 금리에 연동돼 결정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나날이 오르고 있다. 현재 은행과 보험사들의 3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변동금리는 5% 중반∼7% 중반 수준이다.

흔히 ‘금리상승기에는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타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금리를 고정과 변동 가운데 어느 것으로 할 것인지 골치를 썩일 필요가 없다.

고정금리 대출의 경우 은행은 금리 변동에 따른 수익 감소 위험을 안게 된다. 그러니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고정금리 수준은 예외없이 변동금리보다 높게 결정된다. 국민은행의 경우 3년 만기 기준으로 금리 프리미엄이 0.9%포인트에 이른다. 앞으로 3년 동안 금리가 0.9%포인트 이상 오르지 않는다면 고객이 손해를 보는 셈. 금리 예측력 면에서 은행이 한 수 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게임의 승부는 뻔하다. 그래서 재테크 전문가들은 금리 변동이 심할 때는 고정금리보다는 적용기간이 짧은 변동금리를 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한다.

▽대처요령=저축은행을 이용하면 똑같은 아파트를 담보로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저축은행들은 종전처럼 70%의 LTV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리 수준이 10% 안팎으로 훨씬 높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처음으로 내 집 마련을 하는 실수요자는 올해 말까지만 나가는 ‘최초주택자금대출’을 이용하는 게 좋다. 25.7평 이하 주택을 구입하는 20세 이상 무주택 세대주에게 집값의 70% 또는 1억원 한도 안에서 빌려준다. 연 6%의 고정금리에다 1년 거치 19년 상환 또는 3년 거치 17년 상환으로 대출조건도 가장 유리하다.

사정이 그다지 급하지 않다면 내년에 도입될 예정인 모기지론을 기다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주택 구입 자금의 70%를 연리 6%대로 최장 20년 만기로 빌릴 수 있다.

정 다급한 상황이면 괜찮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아놓은 아파트를 대출 승계 조건으로 구입하는 게 유리하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전문가 기고/모기지제도 성공하려면▼

정부는 최근 한국주택저당채권유동화주식회사(KoMoCo)와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을 하나로 묶어 한국주택금융공사를 설립하는 법안을 마련해 공청회를 가졌다.

공사 설립, 곧 모기지제도의 본격 도입은 여러모로 의의가 크다.

무엇보다 주택 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이 좀더 쉬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주택저당채권 유동화의 핵심은 공사가 금융회사의 주택저당채권을 넘겨받아 기관투자가들에게 대신 팔아주는 것이다. 금융기관은 만기 전에 대출을 상환받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에 따라 주택 수요자들에게 더 많은 주택구입자금을 장기 저리로 대출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모기지제도 성공의 일차적인 관건은 ‘공사가 주택저당채권을 근거로 발행하는 유동화증권을 얼마나 잘 파느냐’이다. 이를 위해 유동화증권의 신용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보증 역할이 중요해진다. 공사가 발행하는 유동화채권은 공사가 보증을 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 공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모기지제도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10년 이상 장기로 발행될 유동화증권에 투자할 기관투자가들을 미리 확보해 놓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보증 범위를 확대해 유동화증권의 매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동시에 보증을 붙이는 조건을 세심하게 가다듬어 만일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KoMoCo와 주택신보를 통합하는 것은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외환위기 이후 신용불량자가 급증하면서 주택수요자와 주택건설업체가 돈을 빌릴 때 보증을 서주는 역할을 해온 주택신보는 빠른 속도로 부실화했다. 보증 역할을 원만히 수행하려면 자본금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이다. KoMoCo는 기능 확충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두 기관의 통합을 통한 공사 설립은 주택신보의 보증 기능 보강과 주택저당채권 표준화를 통한 유동화 활성화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판단된다.

공사 설립을 위한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 모기지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믿어도 될 듯하다. 현재 추세대로 집값이 하향 안정세로 접어든다면 주택수요자들은 머지않아 집값의 30%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모기지제도의 고마움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물론 낯선 제도를 도입하는 만큼 지나친 기대를 갖는 것은 금물이다. 지금으로서는 공사 설립 과정을 지켜보면서 모기지제도 도입의 의미를 이해하고 이에 맞춰 내 집 마련 계획을 차분히 세워가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10·29 부동산 대책에 따른 은행별 주택담보대출 내용 변화
은행가산 및 우대금리만기 연장 대출
국민-소득증빙자료 미제출시 0.5∼1%포인트 가산-부채비율 250% 초과시 0.25∼0.5%포인트 가산종전 담보인정비율(LTV) 적용
농협-소득증빙자료 미제출시 0.5∼1%포인트 가산-부채비율 250% 초과시 0.25∼0.5%포인트 가산종전 LTV 적용하되 대출액이 시세의 80%를 초과하면 0.5%포인트 가산
신한-소득증빙자료 제출, 연체 여부와 부채비율에 따라 최 고 0.4%포인트 가산종전 LTV 적용하되 대출금액이 시세의 80%를 넘고 연체한 적이 있으면 0.1∼0.3%포인트 가산
외환-소득증빙자료 제출 의무화-부채비율 250% 초과시 최고 0.5%포인트 가산종전 LTV 적용
우리-설정비 면제시 0.3%포인트 가산-소득증빙자료 미제출 또는 부채비율 250% 초과시 0.25% 가산올해 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기존 대출 고객은 종전 LTV 적용
제일-소득증빙자료 미제출시 0.5%포인트 가산종전 LTV 적용
조흥-소득증빙자료 미제출 또는 부채비율 250% 초과시 0.2%포인트 가산종전 LTV 적용
하나-부채비율 250% 이하 0.1%포인트 우대종전 LTV 적용
한미-소득증빙자료 미제출 또는 부채비율 500% 초과시 0.5%포인트 가산-부채비율 250∼500%의 경우 0.25% 가산종전 LTV 적용

자료:각은행

10·29대책에 따른 주요 은행들의 담보인정비율(LTV)변화
만기아파트아파트 이외 주택
변경 전변경 후변경 전변경 후
투기과열지구3년 이하50%50%50%50%
3년 초과60%60%
투기지역3년 이하50%40%50%40%
3∼10년60%40%50%40%
10년 초과60%60%50%50%
기타 지역60%60%50%50%

LTV수치가 이와 다른 은행도 있을 수 있음.아파트 이외 주택에 대해 추정시가가 적용될 때는 감정가격이 적용될 때보다 LTV가 10%포인트 낮아짐. 자료:각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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