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토론마당]신용불량자 채무 감면

  • 입력 2003년 10월 28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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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째라'식 채무자 도덕적 해이 부추겨 ▼

시중은행 콜센터에서 고객 상담을 하는 직원이다. 정부의 빚 탕감 발표 직후 “언제 갚아 주느냐”는 전화가 빗발쳤다. 그뿐 아니라 요즘은 이미 채무를 이행한 고객들에게서 “왜 원리금을 전혀 감면해 주지 않았느냐”는 엉뚱한 항의전화를 받고 있다. 양쪽 다 황당한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전까지 정부는 신용카드사 규제를 완화해 신용불량자를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번엔 아예 빚을 탕감해 준다니 완전히 ‘배 째라’식 채무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원리금 탕감 조치는 채무자들의 자력 상환의지를 약화시켜 도덕적 해이만 부추길 것이다. 부실채권의 회수율을 높이고 적정규모의 채무 재조정을 해주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과도한 수준의 부채 탕감은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하는 사람에게 심한 박탈감만 안겨줄 뿐이다.

오새리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내년 총선 의식한 선심성 정책 의심 ▼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를 치료하느라 은행에서 3년간 3000만원의 돈을 빌려 썼다. 그 중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 1700만원을 갚았다. 그리고 나머지 1300만원을 1년 반 동안 아이들 과외도 못 시키고 아내가 신문배달까지 하면서 거의 다 갚았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원금을 절반 정도 갚아주겠다고 발표했다니 기가 막힌다. 그동안 내가 갚은 돈이 아깝다거나 탕감 받는 사람들에 대해 배가 아파서가 아니다. 아이들 장난처럼 조변석개하는 정부의 정책에 분노가 치밀어 밥도 넘어가지 않을 지경이다. 먹을 것 못 먹고 입을 것 못 입고 밤을 낮 삼아 피땀 흘려 성실하게 의무를 다한 사람들은 뭔가. 정부가 답해보라. 이 같은 과도한 지원은 내년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김만석 대전 중구 선화동

▼주먹구구식 대책 더 큰 禍 불러올뿐 ▼

신용불량자 채무 감면 소식을 접하고 분노를 참을 수 없다. 올해 1월 시댁 어른의 채무로 인해 필자는 집을 팔고 은행 대출을 받아 신용불량을 막았다. 앞으로도 우리 가족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대출금 상환의 짐을 지고 가야 한다. 과연 선의의 신용불량자가 존재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갚을 능력이 없으면서도 카드를 사용해 신용불량자가 되었다면 그를 어찌 선의라 하겠는가. 사실 카드 사용이 이렇게 활성화되기까지는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얼마 전까지 세금의 투명성을 기한다며 카드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지 않았는가. 그 결과 감당하기 어려운 상당수의 신용불량자만 남았다. 정부는 주먹구구식 금융정책을 펼쳐서는 근본적인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더 큰 화를 불러올 것임을 알아야 한다.

김 희 연 서울 은평구 불광2동

▼재기 기회제공 생산현장 복귀 도와야 ▼

이번 정부의 원리금 일부 탕감 대책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악덕 채무자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대다수 선의의 신용불량자가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도록 도와주는 조치라는 점에서다. 어차피 못 받을 부실채권에 대해 50∼70%를 깎아주고 일부나마 받겠다는 것은 정책의 효율성 측면에서 필요한 선택이다. 지금 국내 경기는 회생 기미가 보이지 않고 주식시장도 최악인 상태이며 개인들의 소비심리도 극도로 위축돼 있다. 이런 판국에 상당수의 신용불량자들이 회복불능의 상태에서 탈출하지 못한다면 경기의 동력이 끊기게 돼 최악의 국면을 맞을 수 있다. 하루빨리 전국 350만 신용불량자들이 일부라도 회생해 생산현장에서 재기함으로써 건전한 신용 대열에 합류해 경기회복에 기여했으면 한다.

강명순 서울 강서구 등촌동

▼알림 ▼

다음주 ‘독자토론마당’ 주제는 ‘현행 고교평준화 정책’과 관련된 논란입니다. 고교평준화 제도를 도입한 지 30년이 됐지만 사교육비가 매년 증가하는 데다 성적 상위권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나날이 떨어지는 만큼 평준화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평준화 제도를 폐지하면 또 다른 입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반론도 적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고교평준화가 학교 서열화를 줄이는 데는 성공했고 부족한 부분은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 등 다양한 형태로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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