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추모공원 더 미뤄선 안 된다

  • 입력 2003년 10월 22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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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상태에 이른 화장시설을 늘리는 일이 시급한데도 정부측 반대로 서울 서초구 원지동 추모공원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은 유감이다.

고건 국무총리가 서울시장 때 계획을 세운 원지동 추모공원은 주민 반대로 삽도 뜨지 못한 상태에서 2년여를 끌다가 서울시가 국립중앙의료원과 화장로 11기를 함께 설치하는 타협안을 만들어 주민을 설득했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교부는 화장장을 지으라고 그린벨트를 풀어주었는데 의료단지로 용도 변경하면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그러나 핵심은 화장장을 설치하는 것이고 병원 건립은 주민반대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점에서 지나치게 경직된 자세가 아닌가 싶다.

부안군 주민의 원전수거물 처리시설 반대운동에서 보듯이 님비시설은 전국 어느 곳에서도 점점 자리를 잡기 어려워지고 있다. 혐오시설인 추모공원과 주민이 선호하는 병원을 묶는 방식은 주민 설득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측면이 있다. 정부도 님비시설인 원전수거물처리시설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서로 유치하려고 경쟁했던 양성자가속기시설을 묶어 신청을 받지 않았는가.

정부가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 현안과제 조정회의를 열면서 서울시 관계공무원을 참석시키지 않은 것도 잘못이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당적이 한나라당이어서 정부가 소극적이라는 일각의 얘기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국립중앙의료원을 옮겨오기가 예산문제로 어렵다면 서울시립병원을 하나 더 늘릴 수도 있을 것이다. 서울시 추진계획에는 납골당이 빠져있는데 정부와 서울시가 더 논의를 해 병원,화장로, 납골당이 함께 들어가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매장을 선호하는 장묘문화 때문에 좁은 국토가 묘지강산이 된다는 우려가 컸으나 다행히 화장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 서울시의 화장률이 작년 기준 59%를 넘어섰다. 화장장의 증설은 전체 인구의 절반이 몰려 사는 수도권의 시급한 현안이다. 정부의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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