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라진 16조원’

  • 입력 2003년 10월 19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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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작년 말에 예측한 5.3%의 반 토막인 2.6%로 낮아질 것이라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정 발표했다. 이처럼 성장이 당초 전망보다 2.7%포인트 미달하는 데 따라 사라질 국부(國富)는 16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16조원은 올해 사회복지 예산보다 5조원이 많고, 국방예산에 거의 육박하는 규모다. 예상 성장률을 달성했으면 더 생길 수 있었던 16조원이 날아감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청년실업자 등 취약계층이다. 성장률을 1%포인트 높이면 5만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니, 우리 경제가 제대로 성장했다면 실업의 아픔에서 벗어났을 13만5000명이 거리를 방황하고 있는 셈이다. 성장없는 분배와 복지의 한계는 분명하다.

올해 초 정부는 5%대의 성장을 자신했었다. 대외변수를 이미 감안했던 그 같은 전망이 형편없이 빗나간 주된 원인은 나라 안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해외경제는 호전되고 있다. 요컨대 외자 유치를 포함한 기업 투자의 부진과 이에 맞물린 실업, 가계 부실, 소비 위축이 저성장을 현실로 만들었다.

정부는 5%대 성장을 위한 핵심전략으로 ‘투자 활성화와 안정적 내수 유지’를 내세웠지만 노사분규, 정책 표류, 규제, 반(反)기업 정서 등이 ‘돈이 남아도 투자를 기피하는’ 현상을 부채질했다. 올해 설비투자는 지난해보다 1∼2% 줄어들 전망이다.

성장이 둔화되면 결국 경제 사회적 약자(弱者)에게 그 고통이 가장 먼저 돌아가는 현실을 우리는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하기 나쁜 나라, 투자하기 싫은 나라’를 재촉하는 위와 같은 요인들이 저성장을 자초하고 있음을 본다. 여기서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꿀 답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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