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나무 뒤에 숨은 사람들'…시장을 움직이는 논리

  • 입력 2003년 5월 2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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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의 꿈을 좇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카지노. 이 책은 카지노의 룰렛게임을 통해 ‘도박사의 오류’에 대해 설명한다. 사진은 카지노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올인’.동아일보 자료사진
대박의 꿈을 좇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카지노. 이 책은 카지노의 룰렛게임을 통해 ‘도박사의 오류’에 대해 설명한다. 사진은 카지노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올인’.동아일보 자료사진
◇나무 뒤에 숨은 사람들/정갑영 지음/373쪽 1만8000원 영진팝

브라질의 커피농장에서는 커피 종묘를 심을 때 한 그릇에 씨앗을 두 개씩 넣는다. 왜 하필이면 두 개일까. 농부들의 대답은 간단하다. “서로 경쟁해야 하니까요.” 이들은 수십년간의 경험을 통해 하나보다 두 개를 심을 때 좋은 종묘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어디 커피뿐이랴. 동네의 작은 구멍가게, 항공이나 통신사의 서비스 역시 경쟁을 해야 달라진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 같은 예화를 통해 소비자에게 시장 독점보다 경쟁이 좋은 이유를 일깨워준다.

시적인 제목을 가진 이 책은 딱딱하게만 느껴지는 경제 현상과 용어 등을 알기 쉽게 풀어쓴 경제 에세이집이다. ‘형평과 효율은 같이 갈 수 없다’는 경제학의 십계명부터 애덤 스미스와 케인스의 경제학 이론 비교, 증권의 콜옵션과 풋옵션 해설까지 다양하게 짚어나간다.

그렇다면 ‘나무 뒤에 숨은 사람들’은 누구일까? 저자는 여는 글에서 “나와 당신이 바로 그곳에 숨은 사람들이다. 우리 모두 경제의 숲 속에 나무처럼 존재하기 때문이다”라고 답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내가 환경을 오염시키면 나무 뒤에 가려진 누군가에게 부담을 준다. 하나를 규제하면 다른 부작용이 생긴다. 그러니 경제의 풍요와 궁핍의 차이를 만드는 주인공도 ‘우리들’인 셈이다.

저자에 따르면 경제는 반드시 법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환율을 규제하면 암달러상이 등장하고 알사탕 가격을 규제하면 봉지 속의 사탕 개수가 줄어든다. 경제는 법보다는 시장이 움직이고 시장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우리의 마음이다.

이 책의 큰 줄기는 바로 그 시장과 그 시장을 움직이는 게임의 논리를 소개하는 데 초점을 둔다. 경제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시와 영화, 골프 등 종횡무진 오가며 생활 속에서 경제의 원리를 찾아내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장점. 무엇보다 경제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경제학과 친해지도록 이끌어 주는 저자의 내공이 돋보인다.

그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통해 ‘기회비용’의 개념을 소개한다. ‘가지 않은 길’에서 얻을 수도 있었던 수익이 바로 기회비용. 현재의 선택이 가장 성공적인 것이라면 당연히 기회비용이 크지 않아야 한다. 저자는 ‘경제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그런 선택을 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카지노에도 경제법칙이 숨겨져 있다. 룰렛은 게임 각각의 결과가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 독립적 게임이다. 딸 넷을 내리 낳았더라도 다섯 번째에 아들을 낳을 확률은 여전히 2분의 1인 이치와 같다. 그런데도 도박사는 처음에 실패하면 회를 거듭할수록 이길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이런 착각을 ‘도박사의 오류’라고 부른다. 복권을 사는 심리도 마찬가지. 사람들은 ‘매우 낮은 확률’을 실감하기 힘들기 때문에 오히려 그 가능성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복권이나 카지노를 통해 돈벼락을 꿈꾸는 사람들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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