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길거리 농구 왕자 프로 납시오”

  • 입력 2003년 1월 28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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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농구선수가 프로농구 최고 루키가 됐다.

연세대 포워드 김동우(23). 2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에서 그는 전체 1순위로 모비스 오토몬스의 지명을 받았다.

김동우는 ‘동네 농구’ 출신. 서울 은평구 상신중 1년 때 취미 삼아 농구공을 잡은 그는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 흙먼지를 마셔가며 농구를 했다.

길거리 농구의 강자였던 그는 중학교 3년 때 체육교사의 권유로 본격적인 농구 선수의 길에 들어섰다. 연식정구 선수 출신인 어머니는 운동선수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반대했지만 농구를 향한 아들의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 중학교 3년 때 농구팀이 있는 명지중학교로 전학한 그는 기본기부터 다시 배우며 빠른 속도로 적응해 나갔다.

“늦게 시작했으니 남들보다 더 노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키만 껑충했지 힘이 달렸다. 그래서 매일 아침 집 근처 산을 달렸다. 독학과 어깨 너머로 배워 농구에 입문한 그였지만 엄청난 점프력과 정교한 슛감각으로 농구 시작 2년여 만인 명지고 2년 때 청소년 대표로 뽑힐 만큼 기량이 하루가 다르게 늘었다.

왼손잡이인 그는 호쾌한 슬램덩크와 블록슛이 트레이드마크. 지난해에는 연세대 전관왕 등극의 주역이었고 이달 초 농구대잔치에서는 최우수선수를 포함해 리바운드왕, 수비상의 3관왕에 오르며 캠퍼스 고별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김동우는 대학농구에서 오빠부대의 우상. ‘비트’라는 자신의 팬클럽은 회원수가 1600명에 이르며 하루에 10통 이상의 팬레터를 받는다.

준수한 외모에 빼어난 기량이 인기의 비결. 이날 드래프트 현장에도 20여명의 소녀팬이 몰려들어 김동우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녔다.

‘김동우 농구’가 프로무대에서도 통할까. 대학에 이어 프로에서 다시 그를 지도하게 된 모비스 최희암 감독은 “내외곽 공격과 속공 가담이 뛰어나 대형 슈터로 대성할 수 있다”며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동우는 “프로를 향한 첫 단추를 잘 끼워 기쁘다. 수비와 리바운드 같은 궂은 일을 먼저 생각하겠다. 힘보다는 머리를 쓰는 농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대3년생 옥범준 코리아텐더로▼

한편 성균관대 3년생 가드 옥범준은 전체 2순위로 코리아텐더 푸르미에 뽑혀 사상 처음으로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드래프트를 거쳐 프로에 뛰어든 선수가 됐다. 또 대학 2부팀인 목포대 3년생 가드 박상률도 2라운드 6순위로 SK빅스의 지명을 받았다.

2003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
1순위2순위3순위4순위5순위6순위7순위8순위9순위10순위
모비스코리아텐더삼성TGSK빅스SBSKCCLGSK나이츠동양
1라운드김동우옥범준박종천이동준석명준안철호전병석박광재김두현오용준
2라운드박정완문종호이현호조상훈박상률윤효진안종호양동인이근석박성욱
3라운드 이원호석승호 김봉후송유섭 임정훈
※ 2라운드부터는 1라운드의 역순.(SK빅스 석명준과 KCC 전병석은 드래프트 뒤 맞트레이드)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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