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中바둑協 "대국예절 준수" 초강경

  • 입력 2002년 5월 28일 17시 31분


“대국 중에 휴대전화가 울리면 당사자에게 1차 경고와 함께 계가시 2집을 상대편에게 주는 벌칙을 가한다. 1차 경고를 받은 기사의 휴대전화가 다시 울리면 그 판은 진 것으로 간주한다.”(중국 바둑규칙 23조 7항)

최근 개정된 중국 바둑협회의 ‘바둑 규칙’에 전에 볼 수 없었던 흥미로운 내용이 담겨 있어 바둑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23조 7항에는 이어 “휴대전화나 호출기 액정에 뜬 메시지를 볼 경우는 경고 없이 무조건 진 것으로 간주한다”는 엄격한 규정도 부가돼 있다. 이는 그동안 대국중 휴대전화 수신 문제로 골치를 앓았던 중국기원이 초강경 제재에 나선 것.

또 흡연에 대해서도 금연 규정이 있는 대국장에서 흡연을 했을 경우 1차 경고를 주고 재차 흡연하면 몰수패를 선언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같은 변화에는 바둑의 체육화를 가속화하려는 중국 바둑계의 노력이 담겨있다. 즉 축구에서처럼 1차 경고(옐로 카드)와 퇴장(레드 카드)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특히 대국장에서의 예의와 처벌 규정을 강화한 것이 이번 개정의 주요 골자.

국내 젊은 기사들이 일종의 ‘비기(秘技)’처럼 자랑하는 ‘양손 쓰기’ 기술도 중국 룰에서는 금지하고있다. 보통 초읽기를 해주는 계시원이 없는 예선 대국에서는 대국자들이 착점한 뒤 초읽기 시계를 누른다. 국내 기사들은 조금이라도 수를 더 읽기 위해 초읽기 시계가 마지막 ‘아홉’(‘열’을 부르면 실격)을 부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 손으로 착점함과 동시에 번개같이 다른 손으로 초읽기 시계를 누른다. 하지만 중국 바둑규칙 12조 4항은 ‘착점과 초읽기 시계를 누르는 손은 반드시 같은 손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양손을 쓰면 착점보다 초읽기 시계를 먼저 누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대국자 한쪽이 자리를 뜨고 난 뒤 상대방이 착점했다면 자리를 뜬 기사가 돌아왔을 때 어디에 뒀는지 가르쳐 줘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하지만 국내 바둑계에는 이처럼 구체적인 규정이 거의 없는 실정. 대국중 흡연의 경우 지난해 기사회에서 금연을 결정한 적이 있지만 실제 이를 어길 경우 제재 수단은 없다. 한국 기원 관계자는 “국내 바둑룰은 아직 두루뭉실하고 모호한 편”이라며 “체육으로 전환된 마당에 명백한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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