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태극전사⑫]‘그라운드의 홍길동’ 이영표

  • 입력 2002년 5월 20일 19시 06분


한국축구대표팀에서 ‘약방의 감초’같은 선수를 꼽으라면 누구일까.

모든 포지션을 척척 소화해내는 송종국도 그 후보지만 이영표(25·안양 LG)를 빼놓을 수 없다. 단순한 미드필더 역할에 그치지 않고 공수 어디에서든 궂은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그의 플레이 때문이다. 지난해말과 올초 중앙 수비수로 맹위를 떨치던 ‘올라운드 플레이어’ 송종국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이영표 덕에 맘 편히 제 몫을 해낼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영표가 99년 4월 올림픽팀에 혜성처럼 나타났을때만 해도 주위에선 고개를 갸우뚱했다. 1m76, 67kg의 왜소한 체격도 볼품 없었는데다 청소년대표 경력조차 없는 무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영표는 특유의 현란한 드리블과 야생마같은 체력으로 박진섭과 함께 ‘좌영표, 우진섭’ 신드롬을 만들어 내며 금세 주전 자리를 꿰찼다. 이듬해 5월 유고대표팀과의 1차 평가전때는 골키퍼마저 손 쓰지 못한 상대 슈팅을 두차례나 막아내 깊은 인상을 남겼고 7월 한중전때는 결승골을 넣어 A매치 데뷔골을 신고했다. 당시만해도 오른쪽 날개로 뛰던 설기현이 부러워할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타고난 성실성과 근성으로 무장한 이영표는 지난해 출범한 히딩크호에도 당당히 합류해 지금까지 확고부동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왼쪽 윙백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지션이 바뀌었다는 점.

이영표가 보직 변경을 명 받은 것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오히려 핸디캡이 됐기 때문이다. 멋진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따돌리는 것 까지는 좋은데 이를 남발하면서 한국의 공격 템포를 끊는 경향이 있었던 것. 대신 히딩크 감독은 지칠줄 모르는 체력과 뛰어난 볼 키핑력이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제격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히딩크 감독은 올초 북중미골드컵대회 기간부터 이영표를 벤치 신세로 주저앉히는 등 채찍을 꺼내 들기도 했다.

이영표가 다소 들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같은 포지션의 김남일과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는게 당시 대표팀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영표는 16일 스코틀랜드전에서 허벅지 근육 경련을 일으킨 김남일 대신 선발 출전해 그간 쌓인 아쉬움을 한번에 털어버리는 맹활약으로 히딩크감독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았다.

이영표는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킥력과 센터링 능력을 집중 보강했다. 월드컵 이후 목표인 이탈리아 리그로 진출하기 위해 모든 면에서 완벽한 기량을 갖추겠다는 다짐이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이영표는 누구

▽생년월일= 1977년4월23일

▽체격= 1m76,66kg

▽소속=안양초-안양중-안양공고-건국대-안양 LG

▽A매치 데뷔= 99년 6월12일 멕시코전

▽A매치 첫 득점= 2000년 7월28일 중국전

▽A매치 경력= 49경기 출전, 3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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