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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12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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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5일 거행된 장례식에서 공식 행사가 시작되기 전 추모객들의 슬픔을 달래기 위해 낭송됐다.
여왕은 옛날 추모 카드들을 뒤지다가 이 시를 발견하고 모후의 장례식을 위해 남겨뒀었다고 버킹엄궁의 관계자들은 전했다. 영국의 일간 더 타임스는 11일 이 시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 세계의 수많은 유가족들에게 큰 위안을 주었다고 말했다.
이 시는 여왕 모후뿐만 아니라 52세로 세상을 마감한 스코틀랜드의 한 알코올중독자, 헬기추락 사고로 숨진 호주의 록스타, 15세 어린 나이에 사랑하는 모든 것들과 이별한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한 고교 야구스타의 장례식 등에서도 낭송됐다.
추모객들은 장례식장에서 이 시를 듣고 복사본을 구했다가 자신이 다시 사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었다.
이 시는 고인(故人)의 성별과 연령 등에 따라 주어의 인칭이 바뀌기도 하는데 여왕 모후 장례식에서는 ‘그녀(she)’로 낭송됐다.
가장 방대한 영문학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 리터러처 온라인(Literature Online)이나 미 컬럼비아대학의 영문학자들은 이 시가 잡지나 위문카드에 사용된 적은 있지만 적어도 영어권 국가에서 출판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타임스는 이 시의 작자를 아는 사람은 신문사(andrew.norfolk@thetimes.co.uk)로 연락해달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시의 영어 전문은 동아닷컴(www.donga.com) 참조.
▼‘추모詩’▼
당신은 그녀가 가버렸다고 눈물을 흘릴 수 있습니다.
물론 그녀가 이 세상에 살았다는 이유로 웃음지을 수도 있겠죠.
당신은 눈을 감고 그녀가 다시 돌아와 달라고 기도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마음을 열고 그녀가 이 세상에 남기고 간 많은 것들을 바라볼 수도 있겠죠.
당신은 그녀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당신의 가슴이 텅 비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녀와 나누었던 사랑으로 충만해 질 수도 있겠죠.
당신은 미래에 등을 돌리고 어제를 살 수 있습니다.
물론 그녀와 함께였던 어제 때문에 미래가 오는 것을 행복해 할 수도 있겠죠.
당신은 그녀가 가버렸다는 것만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녀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계속 흘러가게 할 수도 있겠죠.
당신은 울면서 마음을 닫고 공허하게 등을 돌려버릴 수 있습니다.
물론 그녀가 바라던 일을 할 수도 있겠죠. 그녀가 바라는 건 당신이 미소짓고 가슴을 열고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랍니다.
무명씨
▼‘추모詩’영어 전문 ▼
You can shed tears that she is gone
or you can smile because she has lived
You can close your eyes and pray that she'll come back
or you can open your eyes and see all she's left.
Your heart can be empty because you can't see her
or you can be full of the love you shared.
You can turn your back on tomorrow and live yesterday.
or you can be happy for tomorrow because of yesterday.
You can remember her and only that she's gone
or you can cherish her memory and let it live on
You can cry and close your mind, be empty and turn your back
or you can do what she'd want: smile, open your eyes, love and go on.
Anonymous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