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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3월 5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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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아이 더 낳기 운동을 국가적으로 벌이는 것은 가임(可姙)여성 1명당 출산율이 1.40 이하로 떨어진 뒤 좀처럼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노령인구가 늘어나면 젊은이 한 사람이 부양해야 할 노인의 수가 그만큼 늘어나 경제가 활력을 잃게 된다. 최근 일본 여성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면 결혼을 늦추면서 독신 생활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두세 명씩 낳아 자녀에 매인 인생을 살려고 하지 않는다.
▷싱가포르도 출산율이 1.50 이하로 떨어지자 정부가 나서 ‘섹스는 곧 애국’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두 번째, 세 번째 아이를 갖는 가정에 각종 인센티브를 주고 있지만 문제는 도시국가의 시민들이 섹스만 즐기고 출산을 하지 않는 데 있다. 출산율 저하는 유럽에서 이미 오래 전에 경험을 축적한 사회 문제이고 아시아에서도 일본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이 출산율 하락으로 고민을 하고 있다.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으로 인구를 잡는 데 성공한 중국도 최근 두 자녀까지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농경시대에는 부귀다남(富貴多男) 글씨를 신혼 부부의 베갯모에 수놓아 아들을 많이 낳으라고 권면했다. 아들이 하나 더 생기면 그만큼 일손이 느는 것을 의미했고 노후를 아들에게 의존했으니 자식 없는 설움은 최악의 불행이었다. 그러나 산업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핵가족 사회가 되면서 3대가 함께 사는 가정이 드물다. 경제논리에서만 보면 자식이야말로 부실보험이다. 투자한 돈과 땀에 비해 노후에 돌아오는 것은 국민연금만도 못하다. 출산율이 1.47로 떨어져 진념 부총리가 다양한 출산 인센티브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 것 같지 않다. 젊은 세대가 가족의 사랑, 가족의 가치에 대해 새롭게 눈을 떠야만 해결 가능한 일이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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