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愼총장 사퇴]"특검서 나올것 없다" 단언 결국 부메랑

  • 입력 2002년 1월 14일 00시 37분


검찰 심야 비상대책회의
검찰 심야 비상대책회의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이 동생 승환(承煥)씨의 구속으로 결국 사퇴하게 됨에 따라 검찰 조직에 일대 파란이 일게 됐다.

2년 임기가 보장된 신 총장이 취임 8개월만에 중도사퇴함으로써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인사도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 신승남 검찰총장 오늘 사퇴
- 대검 간부 전원 심야소집
- 與 “愼총장 안고가면 국정주도권 상실”
- “특검서 나올것 없다”단언 결국 부메랑
- ‘愼비망록 검사들’ 소환 임박
- 특검-검찰 치열한 氣싸움

신 총장의 사퇴는 현재 진행중인 각종 게이트에 대한 수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각종 게이트의 축소 수사 등에 대한 책임추궁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각종 게이트의 축소 수사에는 신 총장 이외에도 검찰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연루돼 있어 그 파장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또 ‘이용호(李容湖) 게이트’에 대한 특검 수사의 진행상황에 따라서는 신씨의 로비 대상이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검찰 간부들에 대한 추가적인 문책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검찰 조직은 93년 문민정부 초기 사정 수사 및 재산공개 파동과 99년의 옷로비 사건 사직동팀 보고서 유출 사건 때에 못지 않은 격랑에 휩쓸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신 총장의 동생 승환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될 때 이미 “신 총장에 대한 ‘사퇴 영장’이 청구됐다”는 얘기가 돌았다.

물론 신씨의 범죄 사실 자체는 표면상 신 총장과는 관련이 없다. 신 총장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거나 그의 이름을 팔고 다닌 증거도 확인된 것이 없다. 신 총장 자신도 지난해 대검 중앙수사부의 수사가 진행될 때 “자식도 마음대로 못하는 세상에 어떻게 동생 문제까지 책임지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졌다. 영장 발부는 곧 신씨에 대한 대검의 수사 내용이 ‘부실’이었음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사 내용뿐만 아니라 수사 절차도 문제였다. 당시 대검 수사팀은 신씨에 대해 계좌추적과 압수수색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다는 것이 특별검사 수사에서 입증됐다. 신 총장은 당시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장 스스로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도 있다. 신 총장은 특검 수사 착수를 전후해 “검찰 수사를 100% 자신하며 특검에서 나올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 말에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지난해 이씨에 대한 재수사를 맡았던 유창종(柳昌宗) 중수부장은 “책임을 지고 중수부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이미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실무자들도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에 대해 가혹한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반론도 없지 않다. 검찰의 한 중견 간부는 “지난해 신씨에 대한 수사는 수사 검사들 마음대로 진행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