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고 나면 커지는 의혹 덩어리

  • 입력 2001년 9월 21일 18시 42분


이용호(李容湖) 게이트는 자고 일어나면 의혹의 덩어리가 커져 끝이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 실로 짐작하기 어렵다. 600억원대의 횡령 및 주가조작 범법행위를 무마하기 위해 전방위 로비 자금으로 수십억원대의 돈을 뿌렸다니 전모가 밝혀지면 핵폭탄급 충격을 몰고 올 사건임에 틀림없다.

작년 검찰수사 당시 압수된 자료나 수사를 중단시킨 고위직들에 관한 이야기가 연일 터져 나오면서 이 사건을 지켜보는 국민의 눈이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신속하고 확고한 수사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검찰이 어떤 나락으로 떨어져 내릴지 알 수 없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사건을 파워게임으로 파악하거나 수사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안이하기 짝이 없는 인식이다. 과거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구속됐던 수서 사건이나 현직 고검장이 쇠고랑을 찼던 정덕진씨 형제 슬롯머신 사건보다 파장이 더 크면 컸지 작지는 않을 것 같다.

검찰이 신승남(愼承男) 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 특별감찰본부를 발족시킨 것은 동생이 사건에 연루된 신 총장의 지휘를 받는 팀으로서는 수사의 신뢰성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궁여지책으로 여겨진다. 검찰 내에 어떤 형태의 조직을 만들더라도 검찰의 정점은 검찰총장일 수밖에 없고 어떤 조직이든 자체 수사와 감찰에는 한계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야당이 주장하는 특별검사제 도입이 점차 여론의 지지를 늘려 가는 형국이다. 특별검사제가 진실을 밝히는 만능의 도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검찰이 자체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지 못한다면 특검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라도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으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특별감찰본부를 만들었다면 그것은 엄청난 판단 착오이다.

어느 조직에나 물을 흐려놓는 사람들이 존재할 수 있지만 범죄자들을 다스려야 할 검찰의 간부가 학연 지연 등으로 얽혀 뒤가 구린 사람들과 어울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조직 전체에 상처를 입혔다.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모든 수사기관을 지휘하는 권한을 지녀 민주화 이후 외부기관의 수사나 사정을 받아본 적이 없다. 이러한 성역화가 혹시 검사 본연의 자세에서 일탈하는 분위기로 이어지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검찰이 국민의 신망을 받는 조직으로 거듭 태어나려면 이번에 부패한 살덩어리를 과감히 도려내는 아픔을 겪음으로써 전 검찰인의 경계(警戒)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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