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藿 亂(곽란)

  • 입력 2001년 9월 11일 19시 10분


‘이 병에 걸린 사람은 누구나 처음에는 설사를 좍좍하다가 머리가 띵해지고 발이 차가워지면서 냉기가 배 안에 차오는데 10명 중 한두 사람도 살아나는 자가 없었다. 집집마다 그 병이 퍼졌는데 마치 불꽃이 튀듯 급속도로 전염되었다.’

조선왕조실록 純祖 21년(1821) 8월에 나오는 기록이다. 즉, 이 해에 북한지역에 ‘怪疾’(괴질)이 번져 ‘설사 구토로 갑자기 죽어간’ 사람이 평양 일대에서만 열흘 사이에 1000명이 넘었다.

하지만 무슨 병인지 의원조차 모르고 百藥이 무효하니 방도가 없어 조정은 그저 禳災祭(양재제·액막이 제사)나 올리라고 할 뿐이었다.

그 뒤 약 70여년이 지난 1895년에도 똑같은 돌림병이 번졌는데 그 때는 이 怪疾의 존재를 알고는 ‘콜레라’라는 이름을 붙인다. 수십만명의 목숨을 앗아갔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의약이 발달하지 못했던 옛날, 돌림병이 한 번 휩쓸고 지나가면 饑饉(기근)이 그림자처럼 따라 서울 南山의 소나무가 죄다 벗겨지고 전국의 산림이 황폐해지는가 하면 인구가 급격히 감소했다.

자주 하는 이야기지만 文化의 屬性(속성)은 물과 같아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지금은 미국식 영어표현이 많지만 그래도 중국이 ‘잘 나가던’ 시절, 우리에게 전래되었던 문물들은 중국 것이건 중국을 거쳐 들어온 서양 것이건 모두 중국식 표기에 따랐다.

美國 英國 濠洲(호주) 등은 지금도 사용하지만 瑞西(스위스) 瑞典(스웨덴) 丁末(덴마크)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콜레라 같은 怪疾을 중국이나 우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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