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성매매는 사회적 필요악" 대전지법 결정 거센 논란

  • 입력 2001년 8월 12일 18시 43분


매매춘(성매매)은 과연 필요악인가. 공창(公娼)의 합법화 여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성매매는 사회적 필요악’이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법원의 견해는 성매매를 사회적으로 일정 한도 내에서 용인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현실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논란이 예상된다.

▽결정 내용〓대전지법 황성주(黃聖周) 판사는 11일 대전지검이 윤락을 알선해 온 스포츠마사지 업주 최모씨(38)에 대해 윤락행위 등 방지법 위반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황 판사는 기각이유와 관련해 “공창제도를 포함해 성의 제도화 문제는 매우 미묘하고 그에 대한 시각도 천차만별로 다양하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윤락가나 룸살롱 등을 통해 성의 매매가 제도적으로 사실상 묵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범죄 폭력조직과의 연계나 미성년자의 접근 등 부정적 요인을 제거한다면 성의 매매는 사회적 필요악으로서 일면의 긍정적인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황 판사는 “이번 사건에서는 폭력조직과의 연계나 미성년자의 관여 등 악성 요소가 없고 최씨 개인적으로도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으며 서울에 거주하면서 사실상 영업에는 관여하지 않고 이따금 내려와 수금한 정도에 지나지 않은 점 등 제반사정도 참작했다”고 밝혔다.

▽피의자 혐의내용〓최씨는 3월 대전 동구 용전동 D관광호텔 안에 40여평 규모의 스포츠마사지 업소를 차려 놓고 여종업원 11명을 고용해 윤락을 알선해 온 혐의로 영장이 청구됐었다.

최씨는 최근까지 841차례의 윤락을 알선해 1억2600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여성단체 등 반응과 논란〓대전YWCA와 대전여민회 등 여성단체들은 이번 법원의 결정내용을 비판하며 “조만간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전YWCA ‘여성의 쉼터’ 권부남 소장(32·여)은 “물론 성매매가 사실상 묵인되고 있고 제재만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아직까지 남녀간 극단적인 불평등이 굳어져 있는 실정에서 성매매를 양성화한다면 성의 상품화를 비롯해 윤락녀들의 인간 존엄성 침해, 여성에 대한 비하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전여민회 김경희 사무국장(38·여)도 “성매매 행위를 사회문제로 바라봐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개인적인 문제로 많이 몰아가고 있고 가끔 여성을 윤락행위의 가해자로 보는 경우까지 있다”며 “윤락 알선업자는 처벌해야 마땅한데 이번 영장기각이 여성들 사이에 또다른 피해의식을 조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매매를 완전히 없앨 수 없는 이상 범죄조직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고 많은 여성들이 착취당하고 있는 곳을 양지로 이끌어낸다면 윤락녀들의 인격이 조금이라도 더 보장받고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황 판사의 판결취지에 공감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대전〓이기진기자>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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