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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7월 30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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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에 걸친 상담과 연구 끝에 이 변호사는 ‘이혼소송’이라는 단순한 법률적 차원을 뛰어넘어 사회적 심리적 종교적 맥락에서 이혼이라는 현상을 이해해야 한다고 믿게 됐다. 이혼을 예방하고 이혼의 상처를 치유하는 모든 노력도 이 같은 여러 차원에서 고려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 변호사처럼 기존 변호사의 업무영역을 확대해 독창적인 업무형태를 시도해 보려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
▽다양한 업무형태 신청〓이 변호사는 40∼60대의 전문 이혼상담사 5, 6명과 함께 ‘이혼클리닉’을 만들어 운영하기로 하고 3월 서울지방변호사회에 겸직허가 신청을 냈다. 변호사는 상담을 통해 의뢰인이 법률적인 현실인식을 갖도록 하고 상담사는 부부관계 고부갈등 같은 이혼을 결심하게 된 원인을 치유하거나 이혼 후 엄습하는 심리적 문제와 자녀문제 등을 치유한다는 것이 기본 골자.
법무법인 ‘다인’은 부동산에 관한 종합법률서비스의 하나로 ‘경매법률서비스업’에 뛰어들었다. 일반 경매컨설팅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고객들에게 믿을 수 있는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또 검사 출신인 송희식(宋熙植) 변호사는 올 초 인터넷 법률회사인 ‘로마켓’과 ‘로티즌’의 합병으로 탄생한 ‘로마켓’의 대표이사가 되기 위해 서울변호사회에 겸직신청을 냈다.
이 같은 시도는 송무(訟務) 중심인 변호사의 기존 업무형태에서 탈피해 새롭고 독창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변호사들의 최근 경향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또 변호사의 영리직 겸직허가도 97년 29건에서 지난해 269건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의뢰인들의 다양한 법률서비스 요구에 부응하면서 변호사수 대폭 증가로 인한 무한 경쟁을 극복하려는 것이 주된 배경이다.
▽법조계의 논란〓기존의 법 정신과 변호사상(像)을 유지하면서 이 같은 새로운 시도를 수용할 수 있는지를 놓고 법조계에서는 논쟁이 한창이다.
서울변호사회는 이 변호사와 송 변호사의 신청에 대해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고 ‘다인’이 최근 한 경제신문에 낸 광고에 대해서는 광고규정 등 위반 여부를 검토중이다. 이 변호사는 이에 불응해 2일 서울행정법원과 법무부에 소송과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변호사법. 법은 우선 ‘변호사가 사건을 유치하기 위해 변호사 아닌 다른 사람과 제휴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변호사의 경우 상담원이, ‘다인’의 경우 경매컨설팅업체가 문제인 것이다.
또 지방변호사회들은 변호사들의 대표이사 겸직신청을 허가하거나 불허하는 체계적인 기준을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변호사회의 한 관계자는 30일 “변호사는 영리만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가가 아니라 사법절차의 한 당사자로서 진실발견과 정의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공익적인 직역(職域)이므로 변호사법과 변호사협회가 모든 업무형태를 마냥 허용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변호사법과 협회가 우려하는 브로커의 난립이나 사건 싹쓸이, 변호사 윤리문제 등은 문제가 생기면 징계하면 되는 것이지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창의적인 업무형태를 시작도 못하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대되자 서울변호사회는 월간지인 ‘시민과 변호사’ 8월호에 ‘새로운 업무모델의 가능성과 문제점’이라는 특집기사로 이 문제를 조명하는 한편 조만간 ‘변호사 업무특위’를 구성해 공식적인 논의를 하기로 했다.
박찬운(朴燦運) 변호사는 ‘시민과 변호사’ 기고문을 통해 “변호사의 정의추구라는 근본이념이 흔들리지 않는 한 다양한 업무형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