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현대 미국의 사회운동

  • 입력 2001년 4월 6일 18시 57분


◇노동운동서 흑인민권 운동까지…

'욕구 표출' 잣대로 풀어본 미국

현대 미국의 사회운동

김덕호 김연진 엮음

430쪽 1만5000원 비봉출판사

지금은 은퇴하신 대학시절 은사의 말씀이 떠오른다. 선생님께서는 선진국과 후진국의 구분을 이렇게 하셨다. “자기 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해당 국가보다 더 잘 아는 나라가 선진국이요, 자기 나라 정도에 대해서만 잘 아는 나라가 중진국이며, 다른 나라는 물론이거니와 자기 나라조차도 모르면 그것은 후진국”이라는 것이다.

그리 크지 않은 나라에서 질퍽대며 쏟아내는 정책 오류들을 보노라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또 후진적 수준을 벗어나기나 한 것일까라는 자괴감이 빈번히 찾아든다.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진 듯하다. 인터넷을 통한 범람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특정국가의 특정부문을 윤곽이라도 잡을 수 있게 해주는 체계적인 학술적 성과물을 찾기란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책은 이 같은 갈증을 달래주는 보기 드문 저술이다. 사회운동은 한 사회의 욕구가 가장 적극적 형태로 표출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회운동은 사회구조의 모순, 경제적 수준과 삶의 방식, 구성원들의 가치 및 이데올로기 등과 직접적으로 결부돼 있기 때문에 거칠게 말하자면 해당사회 자체를 표현하는 것일 수 있다.

이 책은 이런 사실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미국역사상 주요 국면을 만들어 왔던 다양한 사회운동들을 소상히 소개하고 있다. 간과하기 쉬운 미국 노동운동에서부터 반공운동 신좌파운동 신우파운동 극우파운동 등을 구사회운동으로 구분해 구성하고, 이어 흑인민권운동과 대항문화운동 소수인종운동 여성운동 소비자운동과 환경운동 등을 신사회운동으로 설정한다. 또 사례마다 운동이 출현하는 사회적 배경과 아울러 이념과 운동조직, 리더, 나아가 구체적인 행위양식들을 상세하고도 사실적으로 묘사해서 미국의 사회 역사적 맥락 속에서 운동에 관한 풍부한 내용들을 제공해 준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분석적 의의를 부여하려는 서론의 내용이 오히려 짐이 된다는 것이다. 사회운동의 정의와 운동 출현에 관한 이론, 구사회운동과 신사회운동의 구분 문제 등은 논의가 빈약하기도 하거니와 오해의 소지마저 있다. 그러나 다수의 필진이 참여하는 공동저술의 경우 완성도를 높이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런 문제는 오히려 사소한 것이라 하겠다. 필진들이 바라는 바대로 새 판을 찍을 기회가 빨리 와서 이런 부분이 보완됨으로써 필진들의 노력이 더욱 빛날 것을 기대한다.

조 대 엽(고려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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