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김포공항의 명암]땅값 '꿈틀'기대…상가 '썰렁' 허탈

  • 입력 2001년 4월 1일 19시 06분


지난달 29일부터 인천공항시대가 열리면서 국제선이 옮겨가버린 김포공항 일대의 표정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희(喜)▼

오랫동안 항공기 소음에 시달려온 주민들은 대형 국제선 비행기의 소음이 크게 줄어들어 안도의 숨을 쉬고 있다.

서울 강서구 공항동사무소의 한 직원은 1일 “인천공항으로 이사한 뒤 아무래도 비행기 소음이 크게 줄어들어 주민들의 생활여건이 크게 나아졌다”고 말했다. 김포공항을 드나들었던 비행기의 절반 이상이 덩치가 컸던 국제선 항공기였기 때문에 이들이 쏟아내는 소음의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었던 것. 또한 11월1일부터 김포공항 청사에 대형 할인매장이 들어서는 등 생활여건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이 일대 주민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서울시는 강서구 과해동 일대 공항시설지구로 묶인 40만평에 대한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긴 어렵지만 김포공항 청사에 대형 쇼핑몰 유치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런 ‘호재’는 당장 이 지역 부동산 경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강서구 내발산동 부동산뱅크 안동철사장은 “그동안 공항동, 방화동, 신월동 일대와 내발산동, 화곡동 일부 지역에서는 공항 소음 피해가 부동산 경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이번 인천공항 이전과 함께 김포공항 내 생활편의시설이 들어서면서 공항 주변의 부동산 매매가 한층 활발해지고 집값도 다소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3월 분양된 화곡동 대우그랜드월드의 경우 올 상반기 중으로 분양권 프리미엄이 500만원 정도 오를 것으로 이 지역 부동산업계는 보고 있다.

▼비(悲)▼

“공항만 보고 살아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눈앞이 캄캄합니다.”

인천공항의 개항과 함께 국제선이 ‘이사’하면서 공항 종사자들을 상대로 영업을 해온 김포공항 인근 상가의 상인들은 일손을 놓고 있다.

김포공항에서 근무하던 각종 상주기관의 종사자는 2만6000여명에 달했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이 인천공항으로 일터를 옮겨버리자 이들을 주고객으로 영업을 해온 이 지역 상권이 ‘철퇴’를 맞게 된 것.

공항 앞에서 ‘남원추어탕’을 운영하는 고미자씨(47)는 “공항 손님들로 평소 점심시간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지만 공항이 이사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이사를 한 뒤 매출이 평소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울상을 지었다. 술집이나 당구장, 사우나 등의 업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일부 상인들은 인천공항에 점포를 열기 위해 답사를 다니는 등 ‘활로’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선뜻 옮길 생각을 못하고 망설이고 있다.

K단란주점 업주 이모씨(42)는 “이곳에선 도저히 힘들 것 같아 인천공항에 가봤지만 공항 주변이 허허벌판이었다”며 “임대료나 종업원 월급 주기도 벅찰 것 같아 당분간 가게문을 닫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선 전용공항으로 ‘강등된’ 김포공항은 이달 중 문을 열 공항터미널을 이용해 국제선 승객 모시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공항공단측은 “도심공항터미널로의 변신을 앞두고 주차료를 낮추고 공항이용료도 5000원 정도 할인하는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해 국제선 손님들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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