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SW 가격 장난 아니네"…1카피가 집한채 값

  • 입력 2001년 3월 25일 18시 46분


불법복제의 대상은 거의 대부분이 PC용 소프트웨어. 방대한 기업용 솔루션과 달리 CD 한두장에 담을 수 있고 가격도 1만원 이하에서 수만원선으로 쉽게 ‘유통’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계 등 특수분야의 소프트웨어는 가격이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 케이던스의 전자회로 설계 프로그램은 1카피에 2억원, 3차원 기계설계 프로그램인 ‘프로엔지니어’는 6800만원, 그나마 저가형인 건축설계 프로그램의 대명사 ‘오토캐드’는 380만원을 호가한다.

그래픽 프로그램 역시 비싸다. 인쇄물이나 인터넷용 이미지 제작에 쓰이는 어도비의 ‘포토샵’은 100만원, 캐나다 코렐의 ‘코렐드로’는 60만∼90만원이다. 인터넷 관련업체 전문가들이 많이 쓰는 홈페이지 저작도구 ‘드림위버’는 30만∼40만원이다.

PC를 움직이는 ‘엔진’ 역할을 하는 윈도 프로그램도 20만∼70만원이다. 쉽게 말해 10만원 이하의 저가는 게임과 개인 사용자용의 ‘간단한’ 프로그램들뿐이다. 간단한 프로그램이란 ‘빙산의 일각’ 아래의 진짜로 비싼 프로그램들은 일반 소비자들의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다.

윈도와 워드프로세서, 게임 한두가지 등을 설치한 개인 PC의 경우도 소프트웨어 가격을 합치면 100만원 정도가 된다. 그래픽과 홈페이지 저작도구, 사무용 프로그램 패키지 등을 사용하는 인터넷 벤처기업 PC는 컴퓨터값을 훨씬 뛰어넘는 300만원 이상의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기사에 표시된 가격은 업체들이 제시하는 소비자가격 기준. 실제 판매가는 다를 수 있음).

따라서 대기업과 달리 규모가 작은 벤처들은 쉽게 불법복제의 유혹에 빠진다. 영세업체들이 불법복제 단속에 볼멘소리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소프트웨어는 공짜’라는 인식은 잘못이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들은 막대한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가의 소프트웨어를 써야하는 사용자들은 끊임없이 ‘합리적인 가격책정’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불법복제율이 높다는 이유로 일부 외국업체들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가격을 매겨 문제가 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우리나라에서 불법복제가 성행하는 이유를 ‘소프트웨어 대여업의 부재’에서 찾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매달 일정액만 내면 고가의 소프트웨어를 빌려주는 임대사업이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사용량만큼 요금을 내는 ‘종량제’ 서비스가 실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고가의 기업용 PC 소프트웨어는 포함이 되지 않고 있다.

<문권모·김승진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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