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 주인이다/上]눈덩이 흑자에 쥐꼬리 배당

입력 2001-01-25 18:37수정 2009-09-2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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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왜 존재하는가? 주인인 주주에게 돈을 벌어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증시 규모는 성장하고 있지만 기업의 주인인 주주는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주주 무시 현상은 배당철에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낸 기업들은 일꾼인 임직원에겐 특별상여금을 듬뿍 안겨주면서 주주들에겐 쥐꼬리 배당으로 생색만 내고 있다. 주주중시 경영이 자리잡도록 하기 위해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장기투자자를 자처해온 이모씨(52)는 작년에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어도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주식을 팔지 않았다. 하지만 이씨는 얼마 전 삼성전자의 2000년 실적 발표를 듣고는 맥이 탁 풀렸다.

삼성전자는 당기순이익이 6조원을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순이익 증가율이 89%를 넘어 세계적 기업으로서 손색이 없는 실적이었다. 그러나 배당금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99년에 비해 주당 500원이 늘어난 3000원이었기 때문이다.

22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22만7500원. 배당수익률을 금리로 환산하면 연 1.3%수준이었다.

▽실적 따로, 배당 따로〓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상장기업들은 2000년에 눈이 부실 정도로 순이익이 증가했다. 영업도 잘했지만 98∼99년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하면서 부채비율을 낮춰 이자비용이 크게 줄어든 것도 주 요인이었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다. 순이익 증가율은 SK텔레콤(212%·이하 추정치)과 신세계백화점(202%) 삼성SDI(176%) 한국통신공사(174%) 포항제철(29%) 한국전력(21%) 등의 순으로 컸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배당금 총액 5086억원은 작년 당기순이익 6조원의 8.5%에 불과하다. 순익에 한참 못미치는 규모다. 워낙 배당비율이 작다보니 배당금 인상비율은 꽤 크다. 삼성SDI와 삼성전기 제일모직 등 삼성그룹 일부 계열사들이 배당금을 99년보다 100% 늘렸다고 공시했다. 삼성전자도 25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랐으니 20% 인상한 셈. 포항제철은 1750원에서 2500원으로 43% 가까이 올렸다. 그러나 배당금 총액은 2047억원으로 작년 예상 순이익 2조여원의 10%정도에 그쳤다.

▽일꾼보다 못한 주인〓기업이 순익을 주주에게 돌려주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미래의 더 큰 이익창출을 위한 투자가 필요해서’이다. 투자를 하는 것도 미래에 더 큰 혜택을 주주에게 주기 위한 것. 그러나 우리 기업은 ‘일꾼을 위해 존재하나’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기업 종사자들만 배려하고 있다. 이는 작년에 순익을 많이 거둔 기업일수록 두드러지는 양상.

삼성전자의 경우 독자적인 이익배분 시스템에 따라 임직원들에게 연봉 총액기준 10∼50%의 성과급이라는 ‘풍성한 설 선물’을 줬다. 포항제철도 99년 340%(월급 기준)를 웃도는 성과급을 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작년 내내 주식을 보유했던 주주들은 주가하락으로 엄청난 손실을 봤다. 배당금으로 손실을 만회하기란 아예 불가능하다.

배당금이 적으면 장기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주주로서는 수익을 주가 시세차익으로 실현할 수밖에 없어 어쩔 수 없이 단기매매를 하게 되는 것. 증권연구원 노희진 연구위원은 “작년의 경우 주주들의 호주머니로 들어올 수 있는 돈은 배당금이 유일했다”며 “기업을 지탱하는 두 개의 축인 자본과 노동에 대한 성과는 서로 균형을 맞춰야 하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대우증권 이종우연구위원은“시설투자가 필요하다면 투자를 통해 이익을 얼마나 더 늘릴 수 있는지 주주들에게 상세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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