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금성 인사’ 책임질 사람들

  • 입력 2000년 12월 13일 18시 53분


임명된 지 이틀 만에 전격 해임된 박금성(朴金成)전서울경찰청장의 인사 파문은 단지 학력을 속이려 했다는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다. 이번 인사 파문은 오늘의 위기를 초래한 현정권의 잘못된 국정운영방식 중 가장 대표적인 인사문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사적(私的) 연결고리’에 의한 ‘내 사람 챙기기’식 인사가 그것이다. 특히 권력기관 내 특정지역 인사편중은 벌써부터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민심이 분노한 것은 사실 박전서울청장이 학력을 속였느니, 말았느니보다 그가 현정권 출범 이후 고속승진을 거듭해 남들은 보통 7, 8년 이상 걸리는 자리를 불과 2년8개월 만에 차지했으며, 거기에 지연과 학연을 배경으로 한 몇몇 권력실세들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개연성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민주당 내 일부 중진 및 소장파의원들이 ‘박금성 인사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이들은 이번 인사 파문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인사에 대한 국민 신뢰를 결정적으로 훼손시킨 사건’으로 규정하고, 박전서울청장의 초고속인사를 가능케 한 비호세력을 밝혀내 당정쇄신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 주변에서는 비호세력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명되고 있다.

더구나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경찰인사가 발표되기 전에 한 당내 중진의원이 ‘권력 실세’에게 이번 인사의 부당성을 지적했으나 묵살됐다고 한다. 현 이무영(李茂永)경찰청장의 임기를 1년 더 연장시키고 뒤이어 박서울청장을 자연스럽게 그 후임으로 승진시켜 집권 후반기 동안 특정지역 출신 인맥이 경찰수뇌부를 장악토록 하기 위한 ‘권력 내 특정세력의 전략’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같은 시나리오가 사실이라면 현정권이 민생보호가 우선인 경찰조직을 ‘정권보위’에 악용하려 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오해’를 낳을 만한 ‘막무가내 인사’를 한 ‘권력 내 특정세력의 인물들’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넘어간다면 현정권이 직면하고 있는 신뢰의 위기는 좀처럼 극복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인사 파문의 책임도 결국은 국정 최고책임자인 김대통령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김대통령은 ‘국정개혁에 대한 결단’을 무색하게 한 이번 인사 파문의 책임자들을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 민심을 차단하거나 왜곡시키는 권력 내 구조를 바로잡지 못하면 어떤 국정쇄신책도 효과를 볼 수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