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펀드의 실체?]"정관계인사 출자 코스닥 투기"

  • 입력 2000년 10월 26일 19시 08분


벤처와 정관계의 유착의혹이 사설펀드를 통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디지탈라인(KDL) 정현준사장이 모집한 사설펀드에 금융감독원 장래찬 전국장이 투자한 사실이 이를 확인해주는 실례. 검찰이 금융감독원에 이른바 ‘정현준 펀드’의 가입자 명단을 요구하고 있어 정관계 인사의 가입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 초부터 시장에서는 “정치권이 4월 총선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코스닥시장을 띄웠다. 정치권 실세가 코스닥등록으로 수백억원을 벌었다”는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예컨대 현역 K의원은 외국계 인터넷지주회사 설립때 주주로 참여한후 주가급등으로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으며 이 회사에는 K의원 이외에도 국내외의 저명인사 여러명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부 정치권인사들은 먼저 주식을 요구하기도 한다. 한 벤처기업 사장은 “정치권 인사가 작년 말 펀드에 가입시켜 지분을 떼어주면 해외사업권 인수를 도와주겠다고 제안했으나 거절했다”고 전했다.

지금도 시장에는 A벤처기업의 청와대 고위직 인사 연루설이 퍼져있고 일부 벤처기업인은 현 정치권 실세가 뒤를 봐주고 있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이번 정현준사장 사건의 경우 정사장이 인터넷지주회사인 ‘디지탈 홀딩스’ 설립자금으로 계획한 규모는 1000억원. KDL직원 50명도 20억원을 투자했고 이경자씨 주변의 사채업자와 금융기관 인사들도 참여해 실제로 400억원 이상이 모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설펀드는 코스닥시장 활황으로 벤처투자가 인기절정에 도달하면서 생겨난 것. 거액 전주의 주요 활동무대인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수십개가 활동중이다.

특히 기대수익률이 큰 인수합병(M&A) 전문 부티크가 모집한 사설펀드에는 정관계 및 금융계 고위인사들은 물론 일부 폭력조직 등이 끼어 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디지탈라인 직원들은 “정사장은 돈과 관련된 일은 회사밖에 있는 별도 비서팀에서 주관토록 했으며 디지탈홀딩스 설립작업도 KDL 외부에서 고려대 1년 후배인 강대균 비서실장과 함께 은밀히 진행했다”고 증언했다.

정사장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송암빌딩 김창숙 부티크 5층 건물의 3층 사무실에서 10여명의 비서를 두고 자금을 관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은 2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면서 자금조성과 운용을 전담하는 이른바 ‘그룹 종합기획실’과 비슷한 역할을 해왔다.

사설펀드는 쉽게 말해 ‘계’와 비슷한 조직. 전통적인 계가 적금형태로 운용되는 반면 최근 성행한 사설펀드는 조만간 상장이 예정된 벤처업계에 대한 투기형태로 운용됐다는 차이가 있다.

M&A 부티크가 벤처투자로 기업을 키우려면 금융감독원 등 관료조직과 정치권, 금융기관 등의 협조와 묵인이 필요하다. 이들에게 뇌물을 건네는 가장 세련된 방법으로 벤처기업 투자를 권유, 어떠한 방식으로든 엄청난 시세차익을 만들어 떠 안기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그러나 코스닥시장 폭락으로 손실이 발생하면서 예기 찮은 마찰음이 나오고 있는 것.

금감원 장래찬 전국장의 경우도 당초 사설펀드에서 엄청난 수익을 안겨줄 계획이었지만 시장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손실금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불법이 자행된 것.

시장관계자들은 “정사장의 경우처럼 시장상황 악화로 여기저기 사설펀드에서 손실을 메워주는 일이 벌어지면서 제2, 제3의 금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이진·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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