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유석춘/'지역 정보격차' 다양한 분석 필요

  • 입력 2000년 10월 6일 18시 30분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시드니올림픽마저 끝나고 이제는 다시 일상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일상은 무엇하나 우리에게 속 시원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정치는 정치대로 지루한 여야간 힘 겨루기를 겨우 끝내고 정상화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하지만 국민이 기대하는 ‘상생(相生)의 정치’는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경제는 경제대로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하지만 몇십 년 동안 누적된 부실의 고리를 하루아침에 끊어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국민의 입장에서 일상은 정치나 경제보다는 사회나 문화와 더욱 가깝다. 서태지가 돌아오고, 러브호텔의 난립을 막고, ‘공동경비구역 JSA’를 관람한 소감을 교환하는 등의 일상이 ‘조명록의 방미’나 ‘노벨상 후보’로는 누가 떠오른다는 소식보다 훨씬 더 생활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주 동아일보의 지면 구성은 전체적으로 보아 다양한 일상을 균형 있게 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난주 1면 머리기사의 구성을 살펴보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다섯번의 머리기사 가운데 두번은 생활과 관련된 기사, 한번은 정치자금, 그리고 나머지 두번은 경제문제에 관한 기사였다. 관행처럼 돼 온 정치기사 중심의 지면 제작을 벗어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구성이다. 특히 월요일의 ‘정보격차’에 관한 기사는 일상에서 항상 접하면서도 소홀하게 다루기 쉬운 문제로부터 1면 머리기사의 중요성을 얼마든지 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부각시켜 준 의미 있는 기사였다.

그러나 기사의 내용을 꼼꼼히 뜯어보면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 서울과 지방, 그리고 연령집단과 소득집단별로 정보격차가 존재한다는 이 기사는 사실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고 미국이나 일본도 그럴 것이고 유럽도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기사는 서울이 지방을 모든 측면에서 압도하는 나라에서 정보의 지역간 격차가 3.5배밖에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오히려 기사의 초점으로 삼았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예컨대 지역별로 ‘대학정원’이나 ‘은행예탁금’ ‘도서관 장서’ 같은 지표들을 비교해 보면 이 기사가 문제삼고 있는 정보격차보다 더욱 심각한 격차들이 우리나라에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기사는 한국사회가 중앙과 지방의 심각한 괴리에도 불구하고 정보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평등한 분포를 보여주고 있어 앞으로 다가올 정보화사회에 대한 준비가 비교적 잘돼 있다는 긍정적인 방향의 기사로 처리됐어야 마땅하다.

일상의 중요성을 전하는 신문으로서 동아일보가 채택하고 있는 다양한 면 구성 또한 매우 바람직한 모습이다.

하지만 각 면의 제목에 영어가 불필요하게 많이 등장하는 것은 아무래도 불편하다. 외래어를 우리말로 다듬는 작업도 언론의 중요한 기능이다. 한글날이 돌아오기 때문에 하는 말은 결코 아니다.

유석춘(연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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