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 감격의 만남

  • 입력 2000년 8월 15일 19시 12분


만난 이들도, 지켜본 이들도 다 함께 통곡한 하루였다. 다시는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 부둥켜안고 “오마니… 오마니…” 외마디 부름뿐 말도 잊은 채 펑펑 눈물을 쏟는 아들과 “보고싶었어…”를 연발하며 오열하는 어머니. 오직 이 하루를 기다리며 50년 인고의 세월을 보내온 이들에게 2000년 8월15일 오후 2시간의 상봉은 너무 짧았다.

어제 서울 코엑스 컨벤션센터와 평양 고려호텔에서 이뤄진 남북한 각 100명 이산가족의 상봉은 남북한 동포뿐 아니라 온 세계를 진한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핏줄의 소중함, 그 어떤 체제나 이념도 이를 떼어서는 안된다는 인륜적 당위를 이번 만남은 새삼스럽게 일깨워 주었다.

분단 55년과 전쟁 50년 만에 맞은 새천년의 첫 광복절은 분명히 이처럼 역사적인 이산가족의 상봉으로 빛을 더했다. 이번 상봉은 자체의 의미도 크지만 그것이 세계에 단 한 곳 냉전의 섬으로 남은 한반도에 화해와 평화가 깃들고 있음을 뚜렷이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더욱 값지다.

남북 상봉단이 북한의 고려항공기를 이용해 서울과 평양에 도착했고 돌아갈 때는 남한의 민항기를 탄다는 것도 남북 화해와 해빙을 실감할 수 있는 획기적 조치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만남이 주는 감격과 희열은 민족 화해, 통합이란 거보를 딛기 위한 첫걸음이며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아직 남북으로 헤어진 혈연의 생사도 확인 못한 이산가족이 수백만명에 이르고 그중 고령인 수십만 이산 1세대들은 상봉 기회를 잡기도 전에 언제 세상을 뜰지도 모른다. 이번 방문단에도 상봉 사실을 통보받고 대기하는 불과 며칠 사이 가족이 숨진 사례가 2건이나 있었다. 상봉 가족의 수와 만남의 횟수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할 이유다.

아울러 제한된 장소에서 제한된 시간에만 만나는 상봉 방법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김대중대통령과 북한 김정일국방위원장도 이산가족의 고향 방문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재결합과 주거 선택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이를 앞당기는 인도적 조치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상호 신뢰만 쌓인다면 어려울 것이 없는 문제다.

이제 첫발을 내딛은 것이나 다름없는 이산가족 상봉이 진정한 민족 화해로, 나아가 분단극복의 길로 이어지기를 기원한다. 서울과 평양 당국이 방문단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돌아가는 날까지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데서 남북의 신뢰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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