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외신고제의 실효성?

  • 입력 2000년 7월 10일 18시 53분


헌법재판소의 과외금지 위헌 결정 이후 대책 마련에 고심해 온 교육부와 여당이 ‘과외 전면 신고제’라는 새로운 카드를 내놓았다. 헌재 결정의 취지대로 모든 과외를 허용하는 대신에 과외 교습자들을 의무적으로 교육청과 국세청에 등록하게 해 소득에 대한 철저한 과세를 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당국이 이번 과외 신고제를 통해 노리는 것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정의 차원보다는 고액 과외에 대한 심리적인 견제 효과인 것으로 파악된다.

즉 과외 교습자와 학부모 사이에 돈의 흐름이 투명하게 드러남으로써 얼마라도 고액 과외가 줄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헌재 결정 이전까지 과외비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기만 했던 것은 과외 시장의 폐쇄적인 구조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 과외가 금지된 상황에서 알음알음으로 비밀스럽게 연결되다 보니 과외 단가가 오르고 ‘위험수당’까지 붙게 된 것이었다. 과외 신고제가 실시되면 과외 시장이 ‘공개’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과외비의 거품도 차츰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같은 긍정적인 효과는 과외 신고제가 당국이 의도했던 대로 실행되고 정착됐을 때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어제 발표된 과외 신고제의 내용을 보면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과외 교습자가 교육청과 국세청에 신고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과외 교습자와 학생이 입을 다물면 과외 교습은 찾아내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또 하나의 유명무실한 과외 대책이 되고 말 것이다.

교육당국은 과외 교습자들이 신고를 안 할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을 내놓고 있으나 기왕에 이 제도를 도입하려 한다면 좀더 강력한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 고액과외 교습자들은 과태료를 내더라도 신고를 안 하는 쪽을 택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헌재 결정의 정신에 따르면 과외 금지 조치는 풀어야 하고, 국민의 일반적인 정서를 생각하면 고액 과외를 막아야 하는 교육당국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과외 신고제도 그같은 맥락에서 나온 고육책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대로라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신고제 도입을 서두를 게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보다 효율적이면서 현실 적합성이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공교육이 살아나면 과외는 자연히 줄어들게 마련이다. 과외에 대한 직접적인 대증요법도 필요하지만 교육 정책의 무게는 역시 ‘공교육 살리기’쪽에 실려야 한다. 이 점에서 정부는 보다 과감한 교육 투자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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