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원석씨의 복귀 시도

  • 입력 2000년 7월 6일 19시 38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아 국가부도를 모면한 경제위기의 1차적 원인은 재벌그룹의 과도한 차입과 문어발식 과잉 중복투자였다. 정경유착의 우산 속에서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비효율적이고 부패한 경영을 하다 부도 위기로 내몰린 재벌기업들은 결국 국민에게 엄청난 부담을 지웠다. 이런 기업들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을 통해 살아남았지만 기업주들은 대부분 소유와 경영에서 손을 뗐다.

최원석씨가 회장으로 있던 동아건설 그룹은 그동안 1조원에 이르는 협조융자, 1조8000억원에 이르는 출자전환 등을 통해 가까스로 부도를 모면할 수 있었다. 이 돈은 모두 공적자금 지원을 받은 채권은행단에서 나왔으니 국민 부담이었음은 새삼 부연할 필요조차 없다. 98년 최씨가 퇴진할 때 회사의 부채는 무려 4조5000억원이나 됐다.

동아건설에 들어간 새 경영진에 의해 최씨의 이른바 ‘황제 경영’ 실상이 간간이 흘러나왔지만 그 진상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우리가 놀라워하는 것은 채권단이 공모하는 회장 후보로 최씨가 공식 응모했다는 사실이다. 최씨 스스로 전문경영인의 자질과 요건을 갖추었다고 생각하여 응모한 것인지 궁금하다.

최씨는 고병우 전회장이 불법 선거자금 지원문제로 물러나자 이번이 회사 복귀의 마지막 기회라고 본 듯 회장직 복귀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아건설 경영진추천위원회는 이 달 중순경 회장을 포함한 새 경영진을 확정할 예정이다.

최씨는 전두환 노태우 전대통령에게 수백억원의 뇌물을 바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구시대 정경유착의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동아건설은 재계순위 10위였지만 노 전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액수는 다른 대그룹들을 제치고 2위를 했다.

검찰은 작년 12월 최씨의 외화도피(1700만달러) 행위를 불기소하면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는데 지금은 회장직을 맡아도 될 만큼 건강이 충분히 회복됐는지도 궁금하다. 최씨는 또 인천 매립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약식기소됐으나 최근 재판부가 사안이 중하다고 보고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경영을 잘못하여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창업자가 국민 부담으로 회사가 살아나니까 전문경영인으로 복귀하겠다는 것은 경제논리 이전에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렵다. 나아가 경제정의, 그리고 재벌개혁이라는 차원에서도 최씨의 경영 복귀 시도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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