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쓰레기 大亂' 오나…매립지 주민대책委 실사벌여

  • 입력 2000년 6월 25일 19시 41분


“음식쓰레기를 어떻게 일일이 물기를 짜서 버릴 수 있나요?”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사는 맞벌이 주부 최모씨(30)는 24일 아침 출근길에 평소대로 음식쓰레기를 담은 봉투를 내놓았다. ‘음식쓰레기 재활용’이란 말을 듣긴 했지만 실천하기가 쉽진 않다.

상가가 밀집해 있는 중구 명동이나 청계천 주변도 마찬가지. 두 곳에서 밤늦게 버려져 아침만 되면 수거해야 할 음식쓰레기 더미가 하루 평균 6, 7t정도. 구청 직원들이 단속에 나서지만 역부족이다. 실제 16일 청계천시장에서 쓰레기 무단 투기 단속을 벌이던 한 구청 직원은 인근 상인들에게 맞아 7주의 진단을 받기도 했다.

▼"반입저지도 불사할 것"▼

이렇게 버려진 음식쓰레기는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로 가기 전 ‘홍역’을 치른다. 구청 청소과 직원들이 다시 포장지를 끌러 음식쓰레기가 아닌 것은 따로 버려야 하고, 물기도 짜야 하고….

서울 및 수도권 주민들이 쏟아 내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수도권 지역의 쓰레기 매립을 관장하는 수도권 매립지 주민대책위원회가 20일부터 이달말까지 수도권 전 지역에 대한 음식쓰레기 반입 실태에 대한 정밀 실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60명이 3개조로 나눠 음식쓰레기 수거 현장을 찾아다닌다.

조사 결과 음식쓰레기 분리 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쓰레기량을 줄이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보이지 않을 경우 시군구별로 ‘쓰레기 반입 중단’도 불사할 방침이다. 주민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10월부터 적극적으로 반입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분리수거율 33% 그쳐▼

‘빨간불’은 음식쓰레기의 턱없이 낮은 분리 수거율 때문에 켜졌다. 현재 서울시내 음식쓰레기 분리 수거율은 33.4%(5월말 기준). 그나마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65.5%로 높지만 일반 주택가는 16.6%로 그 4분의1 수준이다.

음식쓰레기의 재활용 실적도 신통치 않다. 서울시내에서 쏟아지는 음식쓰레기 양은 하루 평균 2644t이지만 제대로 재활용되는 양은 900t. 재활용 비율이 34%에 불과하다. 인천도 하루 평균 배출되는 음식쓰레기 594t 중 재활용되는 양은 겨우 181t(30.4%)이다.

이에 따라 각 자치단체들이 뒤늦게 ‘쓰레기 감량’ 작전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서울 등 수도권 자치단체들이 즐겨 말하는 음식쓰레기의 퇴비 및 사료화는 ‘빛 좋은 개살구’로 그칠 공산이 크다. 사료화하더라도 우리나라 음식쓰레기는 외국과 달리 물기와 소금기가 지나치게 많아 사료화 효과를 100%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

또한 소각장 처리 시설을 갖춘 서울 노원구와 양천구는 주민들의 반대로 인접 지역의 쓰레기 반입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 노원구의 소각장 활용률은 겨우 30%에 그치고 있다.

단독주택가의 음식쓰레기 분리 수거율을 높이는 것도 과제.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단독주택에 음식쓰레기 전용 종량제봉투 사용을 종용하고 있지만 단독주택은 쓰레기 수거 용기를 설치하기 쉽지 않은 등 시행상 어려움이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각 자치단체들은 주민들의 자발적 실천에 기대를 걸 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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