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남기/‘6·25 알리기’ 한국인이 나서야

  • 입력 2000년 6월 25일 19시 41분


지난 15∼16일 미국 피츠버그대에서는 ‘잊혀진 전쟁-한국전 50주년’ 기념 세미나가 피츠버그대 리지웨이 장군 국제안보 연구센터 주최로 열렸다. 24일에는 한국전쟁 당시 사용됐던 탱크와 각종 무기 전시, 헬기 출현 행사, 비디오 및 영화 상영, 한국전 기념 박물관 소개 등의 행사가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이렇게 다양한 세미나와 행사가 피츠버그에서 열리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피츠버그 지역이 미국에서 가장 많은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약 3만7000명의 미군이 전사하고, 10만여명이 부상했으며 1만여명이 행방불명된 한국전은 왜 미국에서 잊혀진 전쟁이 된 것일까. 한국전쟁은 주적이 러시아인지, 중국인지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휴전선이 그어짐으로써 미국이 승리한 것도 패배한 것도 아니어서 큰 관심을 끌지 못한 채 역사 속에 묻히게 됐다는 게 미국인의 설명이다.

미국에서는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세계사 시간에 1950년에서 53년까지 한국전쟁이 있었다는 사실만 배울 뿐이라고 한다. 세미나에서는 이제는 역사 시간에 한국전쟁을 가르쳐야 할 때가 됐다는 주장도 많이 나왔다.

조지워싱턴대의 존 소올스교수는 한국전쟁에 관한 영화와 텔레비전 내용을 분석해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2차대전과 베트남전에 관한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에 비하면 한국전쟁에 관한 것은 극히 적다. 한국전쟁에 관한 것으로 가장 유명한 TV 코미디물 ‘매시(MASH)’는 지금도 케이블 채널을 통해 매일 재방송되고 있는데 미국 텔레비전 시리즈물 중에서 크게 히트한 작품 중 하나다.

소올스 교수에 따르면 이 작품 제작자가 원래는 베트남전을 소재로 하고 싶었지만 당시 너무 민감한 문제여서 한국전쟁을 소재로 했을 뿐이라고 한다. 따라서 배경만 한국이지 실제로 군대의 이동 모습이나 여러 가지 에피소드는 베트남전 때의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실제 내용은 전쟁과 거의 관계없는 것들이다. 그런데 한국인 입장에서 답답한 것은 미국 사람들에게 한국에 대해서 아느냐고 물어보면 보통 사람들은 거의 다 ‘매시(MASH)’라고 대답한다는 사실이다.

아직도 한국에 대해서 조금 아는 척하는 사람들은 내가 남한에서 왔는지 북한에서 왔는지 물어본다. 답답하지만 어찌 보면 한국에 관해서 접할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이들을 탓하기보다는 한국인 스스로 진실을 알리려는 노력을 해야 할 때가 됐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쉰들러 리스트’라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돈을 벌어왔다고 말한 적이 있다.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수난을 어찌 보면 사실 이상으로 세계에 알려 자신들을 지켜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한국인들도 세계인을 겨냥한 한국전쟁 영화를 만들고, 미국인들에게 한국전쟁을 바로 인식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할 때가 됐다. 한국전쟁 50주년을 맞아 미국 한 쪽에서 일고 있는 한국전쟁 바로 보기 위한 노력을 지켜보며 한국인이 한국인 시각에서 한국전쟁을 미국과 세계에 알리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결국 미국인 시각에서 ‘미국의 전쟁’으로 이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게 됐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현 미국 피츠버그대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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