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FRB, 금리 0.5%p 인상 '유력'

  • 입력 2000년 5월 1일 16시 49분


세계이목이 다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쏠리고 있다. FRB가 불과 2주여를 앞둔 오는 16일 공개시장위회원회(FOMC)를 개최, 금리인상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금리인상은 기정사실이다. 문제는 인상폭에 있다. 3월말-4월초 한때는 FRB의 금리인상 목표치가 0.75%에 갈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전망까지 나왔었다. 그러나 이후 발표된 각종 주요 경제지표를 분석하면, 한꺼번에 0.75%의 인상은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대신 0.25%와 0.5%포인트 인상전망이 강력히 대두하고 있다.

◆0.5%포인트 인상 주장

최근 시장의 분위기는 0.5%포인트 인상쪽으로 무게중심이 급속히 옮겨가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린스펀이 중요하게 여기는 각종 지수들이 인플레 고조 쪽으로 시장에 불리하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0.5%포인트 인상을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지난 27일 발표된 노동고용지수(ECI)와 GDP디플레이터를 주목한다. ECI와 GDP디플레이터지수는 그린스펀의장이 생산자물가지수(PPI), 생산자물가지수(CPI) 등과 함께 인플레를 가늠할 때 가장 중시하는 지표들이다.

지난 1·4분기 중 ECI가 1.4%에 달한 것은 90년 이후 처음이다. 임금상승 압력이 강해지고, 이로 인해 기업들의 임금 부담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다.

인플레 정도를 가늠하는 데 중시되는 GDP디플레이터(경상GDP/기준연도의 불변GDP) 역시 지난 94년 3·4분기 이후 가장 높은 3.2%로 나타났다. FRB가 경기과열과 인플레를 우려하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시점인 작년 2·4분기의 GDP디플레이터가 1.4%였던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높은 수치이다.

GDP디플레이터와 같이 발표된 지난 1·4분기 경제성장률도 5.4%로 나타난 것도 0.5%포인트 인상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지난 84년 이후 처음으로 작년 3·4분기의 5.7%, 4·4분기의 7.8%에 이어 3분기 연속해서 5% 이상의 고성장을 지속한 것이다. 이는 미국경기가 여전히 과열된 상태에서 인플레 징후가 잔뜩 끼어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뜻한다.

또한 지난 3월중 개인소득 증가율도 0.7%로 전달의 0.4%를 웃도는 것은 물론 당초 예상치 0.6% 증가를 넘어섰다.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차기 FOMC의 금리 인상 목표치를 종전 0.25%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상향하는 한편 6월27∼28일 이틀동안 열리는 회의에서 다시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적인 증권사인 미국의 메릴 린치도 지난주말 자사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주간 경제&파이낸셜 코멘터리>에서 FRB가 16일 회의에서 한꺼번에 금리를 0.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을 수정했다. 메릴 린치는 종전 FRB가 5월과 6월 각각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메릴 린치는 코멘터리 그러나 "GDP디플레이터 증가폭이 커진 것은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구입 등 설비투자가 크게 늘어난 데 기인하며, 또한 개인소득에 비해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지적, 금리의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0.25%포인트 인상 주장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을 잘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0.25%포인트 인상을 점친다. 시장이 받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말을 골라서' 할 정도로 신중한 그의 성격에 비춰볼 때 급진적인(radical) 금리인상의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린스펀은 작년 6월 이후 지금까지 5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만 올려왔다. 또한 지난 3월의 FOMC회의에서도 0.5%포인트 인상을 주장한 상당수의 위원을 설득, 인상 목표치를0.25%포인트로 결정한 것도 그의 성향을 잘 말해주는 단면이다.

또한 FRB가 작년 6월 이후 단행한 금리인상은 '사후처방'이 아닌 '예방주사'이며, 이번 금리인상 방침 역시 '처방용'이 아닌 '예방용'인 점을 감안하면 0.5%포인트를 올리는 모험을 감행할 이유가 없다는 것도 설득력을 얻는다. 0.5%포인트라는 공격적인 금리인상은 내수의 급격한 위축→증시의 추가 폭락→증시 자금이탈→달러표시자산의 가치하락→수입금감→세계경기 위축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증시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0.5%포인트 이상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미국증시는 물론 세계증시의 폭락을 초래할 경우 FRB에 쏟아질 거센 비난도 고려해야 한다.

신규 주택건설 등 각종 경기지표에 소비붐이 줄고 있다는 시그널이 들어오는 것도 지난 110개월을 넘게 호황을 누리며 뜨겁게 달궈진 미국경기가 소프트랜딩(경기 연착륙)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골드만 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윌리엄 더들리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FRB가 증시불안을 고려해 급격한 인상은 최대한 자제할 것"이라며, 0.25%포인트 인상을 내다봤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28일 폐장 후 29명의 주요 딜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에 12명이 0.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0.25%포인트와 0.5%포인트 인상 전망을 놓고 팽팽하게 나뉘어 있는 것이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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