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수능 등급제 긍정효과 더 크다

  • 입력 2000년 4월 27일 1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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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수능 등급제는 1998년 10월에 나온 ‘200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선안’에서 제시한 수능의 9등급제와 소수점 배점과 총점의 폐지를 재확인하고 등급간 비율을 밝힌 것이다. 이 자료가 발표된 후 수능 등급제에 대한 논의의 방향이 잘못 전개돼 수험생들에게 많은 혼란과 불안이 생기고 있음은 안타깝다.

첫째, 수능의 변별력이 크게 저하된다는 생각에서 ‘수능 없는 대학입시’ ‘수능시험 퇴출’ ‘대입전형자료로서 가치가 거의 상실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수능점수 활용 면에서는 수능영역별 점수 및 가중치, 총점 등이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수능의 비중 자체는 큰 변화가 없다고 본다.

둘째, 수험생에게는 1점 차이로 등급이 내려갈 수 있다는 점이 이 제도의 결함으로 비치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특차지원자격 상위 3%, 추천제전형의 최소 자격 조건 상위 10% 등 용어만 다를 뿐 등급의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상위 3%가 375점이었다면, 374.99는 지원 자격이 없었던 점에서 보면 새로 제시되는 등급은 최소 1점 차이가 나기 때문에 예민도가 더 완화된 셈이다.

셋째, 검정고시 출신 등 학생부가 없거나 일반 학생들과 기록 방법이 다른 학생들에 대한 비교 내신의 방법이 없어지는 것처럼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비교 내신 점수를 구할 때 석차 백분율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연세대의 경우처럼 수능 점수로도 비교 내신을 환산할 수 있다.

그러므로 수능시험은 기존의 활용 방법과 크게 달라질 것이 없으며, 단지 총점 석차 백분율을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대학 서열화, 학생들의 줄세우기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 사회는 서열화 획일화에 익숙해져 있어 무슨 일이든 개인의 상식선에서 도식적으로 단정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또 교육부가 수능등급제를 발표하면서 ‘등급을 최소 자격 기준 등으로 최대한 활용하도록 권장해 나가겠다’고 한 표현은 모든 대학들이 수능의 등급만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로 비칠 수도 있었다고 본다. 언론 보도에서도 복잡해진 대학의 전형 방법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없이 단정적으로 분석 보도한 내용들이 많았다. 대학들은 그동안 교육부 지침에만 의존했기 때문에 대학의 자율적인 학생 선발에 대한 능력과 신뢰도에 대해 의심받고 있기도 하다. 계열별 총점 석차가 없어서 교사의 진학지도가 어려워진다는 점은 기존의 특정전형 요소 위주의 줄세우기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입전형에서 점수 이외에도 면접 논술 서류 등 다양한 전형 자료에 대한 평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진학지도 방법은 변화돼야 할 것이다.

새로운 제도가 나오면 우리 모두는 보다 더 적극적으로 서로를 이해시키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서열화한 대학 구조를 변화시키지 않는 한 대입제도와 관련된 근본 문제는 해결될 수 없기에 한 걸음씩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같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민경찬=연세대 교수·입학관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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