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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4월 27일 1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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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결정은 과외금지 조치를 놓고 꾸준히 제기되어온 ‘과외 양성화론’에 손을 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 개개인이 자기 돈과 시간을 들여 공부하겠다는 것을 정부가 막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양성화론자들의 주장이었다. 세계적으로 과외를 금지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더구나 자기개발의 중요성이 날로 중시되고 있는 요즘이다. 이처럼 이번 결정은 시대흐름을 전향적이고 합리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과 함께 앞으로 법이 개정될 때까지 모든 종류의 과외가 전면 허용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음성적으로 진행되던 과외교습이 합법화됨으로써 과외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간의 경험을 통해 남들이 하면 같이 따라할 수밖에 없는 과외 특유의 전파력을 잘 알고 있다. 가뜩이나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이 더욱 무거워질 게 분명하다.
또 다른 걱정거리는 계층간 교육 불평등의 문제다. 지금도 과외를 할 수 없는 형편에 놓여 있는 저소득층이나, 고액과외를 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계층의 자녀들이 상대적으로 교육기회로부터 소외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과외바람이 확대될 경우 공교육 전반에 미치게 될 나쁜 영향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결정으로 교육당국은 조만간 관련 법을 개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법 개정 방향에 대해 고액과외와 학교교사의 과외 등 반사회성을 띤 과외는 정부가 규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개인과 학원 등 과외공급자들의 등록제를 실시해 과외에도 시장원리를 도입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히고 장기적으로 과외비용을 줄여나가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교육부는 헌재 결정의 뜻을 살리면서 고액과외 등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대체 법률을 조속히 만들어 혼란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과외가 자리잡지 못하도록 보다 충실한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모든 교육에서 학교교육이 중심에 설 수 있도록 공교육이 내실화되어야 과외수요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정부는 이 점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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