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외 전면 허용 이후

  • 입력 2000년 4월 27일 19시 11분


과외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법률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 법률은 사회적 해악이 되지 않는 개인교습까지 과도하게 제한해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자녀교육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헌재 결정의 요지다. 이는 지난 80년 이후 유지되어온 ‘과외금지’라는 우리 사회의 오랜 족쇄를 깨뜨렸다는 의미를 갖는다.

헌재의 결정은 과외금지 조치를 놓고 꾸준히 제기되어온 ‘과외 양성화론’에 손을 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 개개인이 자기 돈과 시간을 들여 공부하겠다는 것을 정부가 막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양성화론자들의 주장이었다. 세계적으로 과외를 금지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더구나 자기개발의 중요성이 날로 중시되고 있는 요즘이다. 이처럼 이번 결정은 시대흐름을 전향적이고 합리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과 함께 앞으로 법이 개정될 때까지 모든 종류의 과외가 전면 허용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음성적으로 진행되던 과외교습이 합법화됨으로써 과외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간의 경험을 통해 남들이 하면 같이 따라할 수밖에 없는 과외 특유의 전파력을 잘 알고 있다. 가뜩이나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이 더욱 무거워질 게 분명하다.

또 다른 걱정거리는 계층간 교육 불평등의 문제다. 지금도 과외를 할 수 없는 형편에 놓여 있는 저소득층이나, 고액과외를 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계층의 자녀들이 상대적으로 교육기회로부터 소외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과외바람이 확대될 경우 공교육 전반에 미치게 될 나쁜 영향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결정으로 교육당국은 조만간 관련 법을 개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법 개정 방향에 대해 고액과외와 학교교사의 과외 등 반사회성을 띤 과외는 정부가 규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개인과 학원 등 과외공급자들의 등록제를 실시해 과외에도 시장원리를 도입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히고 장기적으로 과외비용을 줄여나가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교육부는 헌재 결정의 뜻을 살리면서 고액과외 등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대체 법률을 조속히 만들어 혼란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과외가 자리잡지 못하도록 보다 충실한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모든 교육에서 학교교육이 중심에 설 수 있도록 공교육이 내실화되어야 과외수요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정부는 이 점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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