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증시 불안 어디까지?

  • 입력 2000년 4월 5일 19시 54분


우리나라의 주식투자자는 350만명을 헤아린다. 경제활동인구 6명 중 1명이 주식투자자인 셈이다. 이들 중에는 고수익의 매력에 이끌려 빚을 내거나 땀흘려 모은 재산을 처분해서 주식에 손대는 사람도 적지 않다. 퇴직금과 학자금을 주식에 털어넣은 가장과 대학생도 있다. 그래서 주식시장이 불황에 빠지면 수많은 투자자들이 빚더미에 올라앉고 경제 사회적 혼란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

최근 며칠간 주가가 급락하면서 증시의 거품 붕괴와 심각한 침체가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물론 누구도 족집게처럼 예측할 수는 없다. 미국 타이거펀드의 파산도 주가 불가지론(不可知論)을 거듭 실감케 한다. 하지만 우리 증시를 둘러싼 국내외 상황은 호재보다 악재가 우세한 것으로 얘기된다.

미국 예일대의 로버트 실러 교수는 나스닥시장의 ‘비참한 종말’을 경고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조차 미국 주가의 폭락 가능성을 우려했다. 국내 주가의 미국 동조화현상에 대해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 연쇄성에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 미국 주가가 오를 때보다 내릴 때 동조화가 더 민감하게 나타나는 경향도 국내 증시의 후진성과 취약성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아무튼 ‘묻지마 투자’로 상징되는 비이성적 투자행태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자기점검이 필요한 상황인 것 같다. 개인투자자는 외국인투자자나 기관투자가와 대등한 머니게임을 할 수 있는 개미‘군단’이 아니라 각자 외로운 ‘개미’다. 외국인과 기관들은 정보를 독점할 뿐만 아니라 개인과는 달리 코스닥 증자주식을 등록 전에 매도할 수 있는 등 우월적 위치에 있다. 그래서 개인들은 ‘뒷북 투자’를 벗어나기 어렵다. ‘묻지마 투자’에 대한 경고가 끊이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주가를 올리기 위해 직접적 개입을 해서도 안되지만 극약처방으로 개입하더라도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것이 과거의 경험이다. 개입이 일시적으로 성공하더라도 그 효과가 개인들에게 고루 돌아갈 가능성도 적다.

그렇다고 증권당국과 거래소 등이 손을 놓고 있어서도 안된다. 정부의 정교한 시장 안정화 노력이 긴요한 상황이다. 또 개인들에게 불리한 제도를 고치고 큰손들의 불공정거래를 철저하게 차단하며 개인들이 정확한 정보에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시장을 관리해야 한다. 증시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높여 개인들이 합리적이고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하지 못하면 시장 발전과 이를 통한 경제적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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