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되돌아본 뉴욕 100년]1990년대

  • 입력 2000년 3월 26일 19시 57분


애스틴 제이코보는 자신이 살고 있는 브롱크스 크로토나 지역의 거리를 걷고 있다. 먼지를 일으키며 축구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지나 모퉁이를 돌자 새로 지은 벽돌집들과 작은 공원이 나타난다.

그는 겨울의 추위마저 녹여버릴 것 같은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이 풍경을 볼 때마다 나는 복권에 당첨된 것 같은 기분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10년 전,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가 완전히 밑바닥으로 추락했다고 느꼈다. 우선 곧 무너질 듯 위태롭게 서있던 싸구려 임대 아파트들을 화재가 휩쓸고 지나가면서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앗아가 버렸다. 그 다음에는 마약과 총이 동네에 들어왔다. 그리고 1990년 3월의 그 끔찍했던 날 밤에는 근처의 한 사교클럽에서 발생한 화재로 87명이 목숨을 잃었다.

60년대만 해도 이곳은 여러 나라에서 온 이민들이 어울려 살아가던 곳이었다. 내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던 노란색 벽돌 아파트의 창 밑에서는 아일랜드 출신의 공무원들, 이탈리아 출신의 가게 주인들이 떠들어대는 소리가 메아리치곤 했다. 그러나 연속적으로 화재가 발생하면서 70년대에는 이 모든 것이 사라져버렸다. 우리 가족도 우리가 살던 아파트의 4층에서 화재가 발생한 이후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

몇 년이 지나자 몇몇 아파트에는 세입자가 한 두명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시 당국은 이 아파트를 무너뜨릴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제이코보는 이 동네에 무너져 내린 콘크리트 더미가 늘어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시 공무원들에게 이 건물들에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재빨리 동네로 돌아와서 이웃들을 구워삶아 시청 공무원들이 검사를 나올 때까지만 이 빈 건물의 세입자 행세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제이코보의 잔꾀에 넘어간 시 당국은 이 건물들을 저소득층을 위한 협동주택으로 전환시키기로 했다. 제이코보와 그의 이웃들은 동네를 살리기 위해 서로 합심했다. 그들은 새로운 이민들을 위해 축구장을 지었고, 시 공무원들을 자극해서 재개발을 시행하도록 했다.

이들의 노력은 과거를 벽돌과 모르타르로 덮어버리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100년 동안 지속될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제 이 동네에서는 스페인어가 메아리치고 있다. 이곳에 새로 정착한 사람들이 온두라스 출신의 이민들이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남미 출신의 이민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제이코보와 그의 이웃들은 자신들이 뉴욕의 미래를 대변하는 얼굴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이민의 숫자만 증가할 뿐이라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제이코보는 “만약 우리가 계속 변화해나가면서 강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시 주저앉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양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다수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specials/nyc100/nyc100-10-gonzalez.html)―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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