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나라빚' 공방

  • 입력 2000년 3월 20일 19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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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빚’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처음에는 정책적 쟁점이었을 뿐인 나라빚 공방이 신문광고까지 동원한 성명전으로 확대되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이전투구식 소모전이 계속되고 있다. 급기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도 이 싸움에 뛰어들어 ‘우리의 국가채무,400조원이 아니라 108조원입니다’라는 신문광고를 내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빚 논쟁은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다. 정부와 여당의 반론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결코 손해보지 않을 싸움이기 때문이다.

▷나라빚 논쟁 그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지금의 국가채무 규모와 재정적자 추세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99년말 현재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국가채무만도 108조원에 이르고 있고 올해 말이면 130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앞으로 몇 년간은 적자 규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조세연구원도 재정적자가 지금처럼 계속 늘면 15년 이내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를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나라 빚을 둘러싼 여야의 소모적 공방전이다. 숫자놀음으로 나라 빚을 부풀리는 한나라당의 태도도 무책임하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애써 호도하려는 정부 여당도 문제다. 양쪽 모두 재정적자의 심각성은 제쳐 놓은 채 ‘고무줄 공방’으로 국민을 현혹시키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여야가 진정으로 국가부채를 염려한다면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재정적자감축특별법 제정등의 재정건전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재정적자 문제로부터 어느 당도 자유로울 수 없다. 재정적자가 급속하게 는 것은 외환위기 때문이었다. 한나라당은 외환위기의 책임을 져야 하며 민주당은 환란 극복과정에서의 정책 실패 여부를 겸허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지금은 부채규모에 대한 공방보다 재정적자 축소의 현실적 해법 제시가 더욱 절실하다. 총선공약에 재정적자를 부추기는 선심성 정책은 없는지, 터무니없는 조세감면과 복지대책의 남발은 없는지부터 검토해 봐야 한다. 나라 빚 급증이 서로 상대방의 탓이라고 돌려대는 것은 국민을 또다시 우롱하는 처사다.

<김용정논설위원> yjeong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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