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정고교 인맥' 누가 만드나?

  • 입력 2000년 3월 1일 1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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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호남출신 특정고교 인맥’의 인사개입에 대해 이례적으로 경고해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 초에도 비슷한 경고를 한데 이어 두 번째다. 이번에는 국무회의 석상에서 공개적으로 “특정 지역이나 출신 고등학교별로 정실 인사를 하거나 압력을 넣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경고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공직과 공기업 등의 인사철을 앞두고 특정지역이나 특정고교의 특혜 편중 인사에 쐐기를 박아 사후잡음을 제거하려는 조처라는 해석, 그리고 총선을 앞두고 호남편중 인사문제가 쟁점화될 것에 대비한 기선(機先)제압용이라는 해석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 어느쪽이든 간에 특정고교 출신들의 인사개입이 위험수위에 이르렀으며 이를 대통령이 공식화할 지경에까지 왔다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공직사회에서 호남출신들이 특정고를 중심으로 인사를 전횡한다는 비판의 소리가 나온 것은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현 정부 출범 직후부터 제기돼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으나 시정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해졌기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정권하에서도 출신지역 및 특정 학연(學緣)에 따른 인사특혜와 요직독점이 우리 공직 사회의 내분을 초래하고 지역대결구도를 격화시킨 암적 요인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능력과 경력을 뛰어넘는 지연(地緣) 학연 인사가 정권교체에 따라 사라지기는커녕 또 다른 호남인맥 혹은 특정고교 인맥의 대두로 답습되었다는 것은 김대통령과 ‘국민의 정부’의 부끄러움이요 책임이다.

특히 검찰 경찰 국세청 국정원 국방부 군(軍) 등 이른바 권력기관 인사에서 상하의 요직 대부분을 호남출신, 그중에서도 전주 광주 목포 등지의 특정고교 인맥이 독차지한다는 비판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장차관급 인사에서도 예를 들면 외교부장관 교체와 그 후속인사에 따른 잡음이 일었고, 지금도 금융계에는 호남출신이 대거 낙하산 인사로 내려올 것이라는 얘기가 무성하다. 한 은행장 자리를 놓고 전남북 인사간에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제 공직 및 정부산하기관 등의 인사가 큰 폭으로 이루어지는 시기를 맞는다. 더 이상 특정지역 특정고교의 인사전횡이 공직사회를 흔들고 공무원들의 사기저하를 초래해서는 안된다. 나아가 낙선 낙천자를 소화하기 위한 무원칙한 인사로 조직을 동요케 해서도 안된다. 김대통령이 부당한 인사개입에 대해 ‘참으로 용서할 수 없는 일이며 앞으로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한 내용이 과연 어떻게 반영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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