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고의 가치도 없다지만

동아일보 입력 1999-07-18 18:39수정 2009-09-23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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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제개헌 연내유보 방침과 관련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재신임 여부를 묻기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김종필(金鍾泌)총리는 사퇴해야 한다는 한나라당측 주장이 정말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망언’일까. 국민회의측은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총재가 16일 그같은 주장을 한데 대해 “대법관까지 지낸 사람이 경륜도 책임감도 없는 강경파들에 휘둘려 들고 나선 초법적 망언”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총재의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 현정권이 아무리 몰리더라도 ‘정치적 항복’을 할 리는 없다. 그래서 이총재의 주장은 다시 불고 있는 ‘세풍(稅風)’이나 ‘제2사정’분위기를 극복하려는 야당의 정치공세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내각제문제를 둘러싼 작금의 정치적 상황을 감안할 때 이총재의 주장이 정말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망언인지 여권에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현정권의 ‘연내 내각제개헌 약속’이 어떤 약속인가. 본란이 거듭 강조했듯이 그 약속은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공동정권을 출범시킨 바탕으로, 국민한테 공개적으로 한 것이다. 그같은 약속을 저버리는 일은, 내각제문제에 대한 찬반여부를 떠나 정치권의 국민에 대한 신의와 도덕성에 직접 연관된 문제다. 못지킬 약속을 했다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우리를 더욱 난감하게 만드는 것은 지금의 국면을 어물쩍 넘기려는 여권의 비신사적인 태도다. 그렇게 약속을 못지키게 됐다면 그 이유를 설명하고 국민의 양해와 이해를 구하는 단계를 밟아야 옳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현정권의 최소한의 도리다.

그런데도 내각제문제를 독단으로 ‘조율’해온 김대통령과 김총리(DJP)는 아직까지 국민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다. 두사람은 이제 공을 정당쪽으로 넘겨 놓고 한걸음 물러선 듯한 자세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연내 내각제개헌을 하지 않기로 한 DJP의 ‘방침’에 따라 오늘부터 그 후속 대책 협의에 들어간다. 여권측의 얘기대로라면 공론화과정을 밟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각제 연내개헌 포기를 기정사실화한 바탕 위에서 시작되는 여―여 협상은 민의나 여론에 아랑곳없는, 정파이익을 위한 두당의 ‘흥정’이 될 수밖에없다.그같은 여―여협상은순서에 맞지 않는다. 협상에 앞서 할 일이 있다.

김대통령이든, 김총리든 왜 연내 내각제 개헌 약속을 못지키게 됐는지 국민과 상대당인 한나라당측에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생각하고 함께 정치발전과 개혁을 추진할 생각이라면 여―여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그같은 절차와 과정을 먼저 거치는게 순서다. 그래야 국민과의 원만한 의사소통이나 야당과의 대화통로도 제대로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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